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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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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04) 제19화 대통령선거 34

“그냥 유세만 따라다녔어요”

  • 기사입력 : 2017-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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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택근과의 표차는 자그마치 160만 표나 되었다. 그가 회견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갈 때 방송이 따라가면서 생중계를 했다

    ‘민병삼이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구나.’

    서경숙은 방송을 보면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을 앞다퉈 보도하는 방송이 신기했다. 방송은 대통령 당선자의 동네와 집까지 비추면서 그의 일생을 다큐멘터리로 내보내고 있었다. 민병삼의 초등학교 시절, 중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인권 변호사로 활약하던 시절이 생생하게 방송되었다.

    ‘방송이 영웅을 만드는구나,’

    방송은 민병삼의 일생을 부각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앞으로 한동안 방송이 그에 대해서 지긋지긋하게 보도할 것이다. 이미 인수위원회와 차기 청와대 보좌진, 내각 인선까지 나돌고 있었다.

    이동성이 만나자고 연락을 해온 것은 선거가 끝나고 사흘이 지났을 때였다. 서경숙은 영월에 있는 골프장에서 이동성과 함께 골프를 쳤다.

    “선거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지?”

    필드를 돌면서 이동성이 물었다. 그는 이탈리아 브랜드의 골프웨어를 입고 있었다. 흰색 바지와 엷은 하늘색 셔츠였다. 선글라스도 보기에 좋았다.

    “그냥 유세만 따라다녔어요.”

    서경숙이 모자를 위로 치켜올리고 웃었다. 서경숙은 흰색의 스커트와 하늘색 셔츠였다. 골프장에서 만났을 때 커플처럼 같은 색의 옷을 입어 깜짝 놀랐었다.

    “진영철 부회장이 도움이 되었나?”

    “도움이 되었지요. 부회장님은 어떠세요?”

    “우리 그룹을 승계할 때가 된 것 같아. 나를 좀 도와줄 거지?”

    “당연히 도와 드려야지요. 내가 도울 만한 일이 있어요?”

    “그룹 승계를 할 때 기관투자가들의 찬성이 필요해. 기관투자가들이 찬성할 수 있게 도와줘.”

    캐디는 조심스럽게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동성의 수행원들도 멀리서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기관투자가가 찬성을 해야 돼요?”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기관투자가의 손에 있어.”

    “그럼 기관투자가를 움직여야 하겠네요.”

    영월에 있는 골프장이었다. 사람들이 그와 이동성을 힐끔거리고 살피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동성은 텔레비전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

    “나에게 로비를 해달라는 거예요?”

    “일단 점심이나 먹을까? 배고프지 않아?”

    “배고파요. 필드를 돌아서 그런지 시장기도 드네요.”

    서경숙은 이동성과 필드를 나왔다.

    이동성이 서경숙을 데리고 간 곳은 정선에 있는 그룹 소유의 영빈관이었다. 골프장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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