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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05) 제19화 대통령선거 35

“맛이 아주 좋아요”

  • 기사입력 : 2017-06-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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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으로 지은 집인데 주변의 경치가 좋았다. 삼면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전면으로는 강이 내려다보였다. 날씨도 따뜻하여 정원에서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다.

    “집이 정말 좋네요. 말 그대로 별장인 거 같아요.”

    서경숙은 삼일그룹 영빈관이 마음에 들었다.

    “그룹에서 손님들을 접대해야 할 때가 있어서 이런 곳이 몇 개 있어.”

    이동성은 차분해져 있었다.

    “내가 비서실에 근무할 때 덕유산 영빈관에 한 번 가 본 일이 있어요. 거기도 경치가 참 좋았어요.”

    “경숙씨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 항상 좋은 말을 하거든. 강도 괜찮지?”

    이동성이 흰 이를 드러내놓고 하얗게 웃었다. 서경숙은 그의 말에 식사를 하면서 멀리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네. 아주 좋아요.”

    강물이 주천 쪽으로 흐르면서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인수위원회는 안 들어갈 셈이야?”

    이동성이 식사를 하면서 물었다. 식사를 준비한 사람들은 영빈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음식 솜씨가 호텔 주방장 못지않게 좋았다.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 자꾸 들어오래요.”

    “그 사람들이 들어오라고 하면 어쩔 수 없어.”

    “들어가야 한다면 진영철 부회장 밑으로 가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 그룹 출신이라고 따라가면 안돼. 오히려 다른 팀에 가 있다가 진영철을 지원하는 게 좋을 거야.”

    “회장님 견해는 어떠세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잖아? 그러나 겉으로는 중립인 체해야지.”

    삼일그룹은 누구에게도 원수를 맺으면 기업이 어려워진다. 나름대로 중립을 지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이동성은 조만간 그룹 회장에 취임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거 미삼인 거 같은데 상큼하네요.”

    서경숙이 미삼으로 담근 반찬을 먹으면서 말했다. 쌉쌀한 맛이 일품이었다.

    “강화도에서 사온 거야.”

    이동성이 미소를 지었다. 서경숙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술은요?”

    “국화주.”

    “맛이 아주 좋아요.”

    “장인(匠人)이 담근 술이야. 중국 고사에 국화주를 마시고 800년을 산 사람이 있대.”

    “이거 매일 마시면 100년은 살까요?”

    서경숙이 잔을 들고 미소를 지었다.

    “100년? 중국에 800년을 산 사람이 있다니까.”

    “한국에는 없잖아요?”

    서경숙이 유쾌하게 웃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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