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0일 (금)
전체메뉴

[춘추칼럼] 과학강국으로 가는 길- 정용환(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기사입력 : 2017-06-09 07:00:00
  •   
  • 메인이미지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에 대해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나라 국가발전에 과학기술의 성과와 역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연구생산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과 함께, 특히 정부출연연구원의 미션과 역할에 대해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대한민국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시 한 번 과학강국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반성하고 혁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한 우물을 팔 수 있는 정부정책이 필요하다. 과학자라면 누구나 전문 분야에서 지속 연구하며 그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은 열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찾기 어렵고 전문연구보다는 과제 수주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한 우물 파는 연구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실험실 수준의 연구에서 벗어나야 한다. 출연연이 산업화 초기에 과학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산업과 대학의 연구역량이 크게 향상돼 세계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출연연의 연구원들은 아직도 실험실 수준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연구성과는 기업의 니즈나 시장 원리와 괴리가 큰 것이 사실이고, 연구는 90% 이상 성공하는데 시장에서는 써 먹을 성과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셋째, 과학정책은 정부관료가 좌지우지하지 마라. 연구개발 기획과정에 관료 의견이 70% 이상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관료가 기초연구부터 응용연구까지 기획·예산 집행을 좌지우지한다. 형식적으로는 정책에서 공무원 권한이 축소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정책수립과 예산집행 과정에서 공무원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근본적으로 과학정책 수립, 연구기획, 예산집행은 전문가, 민간인, 연구자에게 맡겨놓고 정부는 연구자가 필요로 하는 사항을 지원만 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넷째, 감사제도를 개선하고 위반자는 일벌백계하는 정책을 펴라. 연구비 부정 사건이 한 번 생길 때마다 새로운 규정은 점차 늘어나서 대한민국 연구계는 늘상 감사에 시달리고 있다. 연구비 부정이 나올 때마다 규정을 더욱 강화하고 모든 연구자들을 일단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연구활동을 저해하는 방법은 매우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0.5% 이하의 연구 부정 때문에 99.5%의 연구원이 감사와 행정업무로 고통받고 있다.

    다섯째, 과학자들의 자긍심을 살려줘라.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우수한 연구원들은 정년에 상관없이 연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우수연구원 정년연장 제도를 확대해 많은 우수 연구원들이 1998년 외환위기 전과 같이 65세까지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길 희망한다. 그리고 아주 유능한 과학자는 중국의 사례처럼 정년 없이 종신 연구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능한 연구원에 대한 퇴출제도를 동시에 도입하는 것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여섯째,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제대로 잡고 가자. 정부, 연구계, 지자체, 교육계, 금융계 등 모든 분야에서 뒤질세라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방향에 대해서 모호한 점이 너무 많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너무 조급증에 휘말려 창조경제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방향을 한 번 더 심도 있게 검토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정용환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