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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간과 여가- 최노석(창원시관광진흥위원장)

  • 기사입력 : 2017-06-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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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앞서가는 얘기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도 머잖아 황당한 현실과 마주하리라는 점에서, 이런 얘기를 꺼내본다. 그것은 진짜 인간과 여가의 상관관계이다.

    지금 우리 모두는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한다. 여기에서 뒤처지면 다시는 강대국이 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인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 되면 어떤 세상이 올까?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loT), 자율주행자동차, 3D 프린팅, 나노기술, 생명공학, 퀀텀컴퓨팅 등이 활개를 칠 것이다. 이들은 모두 인간에 의해 개발되었지만, 인간 능력을 능가하면서 인간과 경쟁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바둑천재 이세돌이 인공지능 AI에게 질 때의 충격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이런 산업들은 다른 산업과의 융합이나 창의성에서 힘을 얻는다. 이때 ‘여유’가 관건이 된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생각(Thinking)과 경험(Experience)은 시간이 없으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차 산업시대에는 여가시간과 여유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될 것이다.

    휴식과 멈춤이 창조를 불러온다는 사실은 ‘school(학교)’이라는 말이 여가를 뜻하는 그리스어 ‘schole’에서 유래된 것만 봐도 쉽게 이해된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 상인들은 자녀의 호기심을 길러주기 위해 일부러 여가 활동을 시켰다고 한다. 그리스 시대 이후 무수히 많은 창조적인 일들은 이런 휴식을 취한 후에 생산된 것들이다. 그런 때문일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레스리 펠로 교수는 휴식을 아예 ‘생산성 향상 시간(enhanced productivity)’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여가를 즐기기보다는 여전히 고단함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주요 국가 중 2위, 공동체 (지원관계망) 지수는 최하위, 사회갈등지수는 5위, 자살률은 12년째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런 증상은 개발시대를 살아 온 지금의 사회중추세력들이 휴식 없이 달려가는 것을 큰 미덕으로 생각해온 데서 기인한다. 그러나 그 끝이 어떤가? 삶의 불균형과 인간관계의 파괴, 그리고 공동체 와해!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의 후보시절부터 국민에게 쉴 권리를 찾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거듭 다짐했는지도 모른다. 남을 뒤따라가던 시절에는 창의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으나, 이제 많은 분야에서 맨 앞에 서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창의성은 생산성 향상을 넘어 생존을 담보하는 최고 가치가 되고 말았다. 잘 쉬어야 사는 때가 되었다.

    그러나 여가의 가치가 이 정도에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여가는 일(work)이 차지하던 개인의 정체성과 자아실현의 역할을 대신 맡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주체가 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곧, 여가를 통한 인간관계의 즐거움이나 행복과 같은 감성의 영역은 인공지능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진짜 사람(Human Authenticity)’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앞으로 로봇과 사람의 구별은 이 여가가 결정권을 쥐게 되리라는 예측이다.

    그래서 이런 웃지 못할 얘기가 사실이 될 수도 있다. 남녀가 처음 만나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묻는 질문의 순서가 지금은 첫 번째가 직업이고 다음 질문이 취미지만, 앞으로는 그 질문의 순서가 뒤바뀐다는 것이다. 로봇에게는 취미를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가 문화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영역이다. 4차 산업시대 도래를 앞두고 ‘여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왔다.

    최노석 (창원시관광진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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