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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함께하기

  • 기사입력 : 2017-06-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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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근 신부 (의령본당 주임)


    언제부턴가 남편은 바둑에 미쳐 있었습니다. 퇴근해 오면 말없이 밥만 먹곤 기원으로 갔습니다. 자정이 가까우면 그제야 후줄근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유령과 사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다 휴일 날 쉬게 되어도 TV 바둑만 시청했습니다. 영락없이 바둑에 혼을 뺏긴 사람이었습니다. 수없이 잔소리하고 애원도 했습니다. 바둑판을 없애고 시치미 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바둑이 그렇게 좋을까? 어느 날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불현듯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보, 나도 바둑 한번 배워보고 싶어! 가르쳐 줄 수 있겠어요? 남편은 한참을 쳐다봤습니다. 무슨 꿍꿍이로 하는 말인지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했습니다. 그냥 배워보고 싶어서 그래. 뭔 매력이 있기에 당신이 빠지는지 알고 싶어 그래. 일부러 눈을 흘기며 목소릴 높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남편에게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귀가 시간이 조금 빨라졌고 소리를 지르긴 해도 자상하게 가르쳐줬습니다. 바둑의 재미를 알 것 같았습니다. 남편이 사뒀던 바둑책도 탐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함께 바둑판 앞에서 머리를 맞대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TV에서 바둑 해설을 보며 이야기 나눌 기회도 생겨났습니다. 싫어했던 바둑이 남편과의 끈이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나이 들면 사랑보다 정으로 산다고 했습니다. 친구로 살아간다는 말일 겁니다. 좋은 친구로 남으려면 함께하는 일이 많아야 할 겁니다. 같이 즐길 수 있다면 자체가 행복 아닐는지요? 혼인 후 20여년 지나면 자녀들은 떠나고 부부만 남습니다. 둘만의 시간을 확보했기에 즐기며 살 것 같지만 반대상황도 많습니다. 둘 사이에 놀이공간을 준비하는 것은 현명한 일입니다.

    행복은 원래 인간의 것이 아니라 했습니다. 하늘이 줘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자격을 갖추면 하늘은 어느 때고 줬습니다. 베풀고 함께하려는 사람들입니다. 행복하다 생각해야 합니다. 행복한 사람처럼 행동하며 살아야 합니다. 행복하지 않아.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이 생각은 유혹입니다. 재물 부족 역시 핑계입니다. 소유가 넘치건만 우울하게 사는 이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생각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골프장에서 생긴 일입니다. 앞 조의 진행이 유난히 느렸습니다. 심각하게 골프하고 있었습니다. 규칙에 철저했고 서로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돈이 오가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휴게실에서 누군가 물었습니다. 내기골프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심각하게 치시는지요? 그러자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지금 형제끼리 골프하는데 지는 사람이 부모님을 모시기로 했답니다. 유머집에 나온 내용을 각색한 겁니다.

    베푸는 건 물질만이 아닙니다. 함께하는 시간도 자선입니다. 애정으로 다가가면 결국 애정을 만납니다. 성경에도 조건 없이 베풀라 했습니다. 달라고 하면 주고 네 것을 가져가면 찾지 마라(루카 6,30). 물론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할 순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만은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할 한 사람은 있기 마련입니다. 베푸는 것에 행복이 있음을 깨닫게 해줄 사람입니다.

    해 보기나 해 봤어?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했던 말입니다. 끊임없이 도전했던 그의 삶을 대변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다시 가까이 가봐야겠습니다.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찾아봐야겠습니다. 가까이 다가가고 함께하는 일, 어렵지 않습니다. 힘들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신은근 신부 (의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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