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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빈자리가 커야 새 물이 들어온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7-06-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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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이면 대개 60살 전후로 정년이라는 방지턱에 걸려 퇴직을 한다. 퇴직 후 얼마 동안은 나름대로 그동안 못다 한 일들을 정리한다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초록은 동색’이라 같은 직종에 근무한 사람끼리 모이는 단체도 찾게 된다.

    직종에 따라 전국 또는 지자체 단위로 훌륭한 회관이나 정관을 만들어 회원들을 위한 복지 및 수익사업을 하여 뜻있는 봉사와 기부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자기 나름대로의 취미를 살려 동호인 활동 등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설계하여 여생을 즐겁게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요즘을 흔히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너무 일찍 정년을 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퇴직자들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옛날 같으면 인생의 모든 것을 정리할 나이지만, 요즘은 여생을 한 번 더 추슬러 제2 인생의 설계를 해야 하는 현실이 되었다.

    정년퇴임을 한 사람들의 일자리도 문제지만 젊은 퇴직 백수들이 아무런 대안 없이 소일하는 것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100만이 넘는 청년 실업자들의 문제도 매우 심각한데 정년 연장을 고집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다.

    새 정부의 첫 캐치프레이즈가 일자리 창출인데 대통령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두고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는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는 것 같다. 많은 교육비와 시간을 투자한 젊고 유능한 실업자가 100만이 넘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큰 손실이다.

    얼마 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 A 지도자는 ‘인간은 들고 나갈 때 처신이 분명해야 한다’며 ‘국민과 약속을 못 지켜 죄송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옆에 있던 후배가 선배님의 자리가 너무 커 보인다고 아쉬워하니까 ‘빈자리가 커야 새 물이 들어온다’며 젊은 사람을 키워야 사회가 성숙하고 국가의 발전이 있다는 아주 멋진 말도 남겼다.

    세계 제일의 갑부 빌 게이츠는 스무 살에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업하여 서른 살에 억만 장자의 반열에 섰다. 더욱 놀란 것은 50대 초반에 정든 MS사를 결별하고 퇴임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오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스티브 발머와 함께 눈물겨운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MS사를 떠나면서, ‘새로운 사람이 나타날 수 있도록 나는 MS사를 비켜야 한다’며 ‘이제 이곳에는 공백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앞으로 MS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사회나 국가의 조직은 순환이 잘 되어야 조직의 발전이 있게 마련이다

    얼마 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전통적으로 경륜이 풍부한 지도자를 선호하는 보수의 나라에서 최연소인 39살 마크롱이 24살의 연상의 여인을 사랑한 것도 화제였지만, ‘젊은 나라·젊은 도시·젊은 생각’이라는 이슈로 압도적으로 당선되더니, 엊그제 실시한 선거에서는 마크롱의 신당이 압도적인 표를 얻어 지금 프랑스가 혁신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도 이젠 선거의 차수나 경력을 훈장처럼 여기는 사람들을 받들지 말고 40, 50대의 젊고 참신한 엘리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허만복 (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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