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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대한민국 김지영- 강지현 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17-06-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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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엄마 ‘53년생 김지영’은 5녀2남 중 여섯째다.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오빠와 남동생 뒷바라지가 먼저였다. 공장에서 미싱 시다로 일하다 중매로 결혼해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가 됐다. 악착같이 살며 2녀1남을 키웠다. 내 딸 ‘82년생 김지영’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면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인기다. 지난해 10월 출간돼 7개월 만에 10만 부를 돌파하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지난달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청와대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책을 선물해 화제가 됐다. 영화로도 제작된다. 이 소설은 1982년에 태어난 주인공 김지영씨의 삶을 통해 여성의 삶 곳곳에 스며 있는 성차별적인 요소를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설 속 이야기는 전혀 새롭지 않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30대 여성의 삶을 다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아프다. 담담해서 더 슬프다. 어린 시절부터 결혼생활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겪는 익숙한 차별의 경험들. 그녀는 이 상황을 자발적으로 합리화하고, 부당한 상황에서도 저항하기보다 입을 닫는 쪽을 택한다. 왜? 원래 그랬으니까.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머리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맘충’은 엄마를 뜻하는 맘(mom)과 벌레를 뜻하는 충(蟲)의 합성어다. 일도, 꿈도, 인생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운 82년생 김지영에게 돌아온 말은 ‘맘충’이었다. 통계청의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2015년)을 보면 기혼여성 5명 중 1명은 직장을 그만뒀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때문이다. 어렵게 재취업하더라도 직종과 고용형태 면에서 하향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경단녀’ 김지영의 현실은 어둡다. 하지만 ‘53년생 김지영’이 그랬듯 ‘82년생 김지영’도 내 딸 ‘2011년생 김지영’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희망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김지영에게 응원을 보낸다.

    강지현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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