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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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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지나치면 콩팥이 힘들어요

급성 콩팥병 증상과 예방법
혈뇨·갈색 소변·잦은 피로감·구토 증상땐 의심을

  • 기사입력 : 2017-06-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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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전부터 당뇨로 약을 먹고 있으나 비교적 조절이 잘되던 오십대 중년 여성 A씨에게 발열과 몸살기를 동반한 설사가 발생했다. 환자는 설사가 있을 때 장이 쉬어주는 것이 좋다고 예전에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하루 정도를 물을 포함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지냈다. 설사량은 조금 줄어드는 것 같은데 열은 떨어지지 않고 몸살기운이 심해져서, 상비약으로 가지고 있던 소염진통제를 먹고 기다렸으나 컨디션은 더 악화되고, 소변을 봤더니 진한 갈색이라 깜짝 놀라 응급실을 찾았다. 기본검사를 진행하고 수액을 맞고 누워 있던 중, 응급실 당직 의사가 피 검사 결과를 설명하는데 급성 콩팥병이 의심된다고 한다. A씨의 콩팥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우선 콩팥은 이름 그대로 콩 모양에 팥 색깔을 띠는데, 양측 등 쪽에 1개씩 총 2개가 있다. 성인의 경우 길이는 11~12㎝, 폭은 5~6㎝ 정도로 마치 어른 주먹 정도의 크기이다. 신장(腎臟)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심장(心臟)과 발음이 혼동되기도 하거니와 순우리말로 생김새에 대해 이해하기도 쉬워 콩팥이라고 두루 불리고 있다.

    콩팥은 여러모로 중요한 기능들을 가지고 있는데, 우선은 소변 형성을 통해 노폐물을 걸러내는 일을 한다. 그리고 몸을 항상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항상성 유지 기능을 가지고 있어 내 몸이 산과 알칼리의 균형을 잡고, 나트륨이나 칼륨, 인과 칼슘 등의 전해질 균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생명 현상에 필수적인 호르몬과 효소를 생산하고 분비함으로써 혈압을 조절하기도 하고, 빈혈이 오지 않도록 피를 만드는 신호를 주기도 하고, 뼈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비타민D를 활성화시키는 일도 폭 넓게 담당하고 있다. 이런 콩팥이 손상돼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면, 그 정도에 따라 심한 경우에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그럼 급성 콩팥병은 무엇이고 만성 콩팥병이란 무엇일까? 우선 급성 콩팥병은 원래 건강한 콩팥이 감기몸살 같은 병이 걸렸다고 생각하면 쉽다. 당장은 기능이 떨어져 있지만 쉬고 적절하게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의 경우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반면에 만성 콩팥병은 나이가 드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70대 할머니의 피부의 탄력이나 주름은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바르고 관리를 하더라도 할머니의 10대, 20대 시절의 곱던 피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물론 급성과 만성 콩팥병은 서로 완전히 구분되지는 않는다. 급성 콩팥병이 반복될 경우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며, 만성 콩팥병이 있을 경우 급성 콩팥손상이 더 쉽게 발생하고 그 중증도가 더 심하게 나타나곤 한다.

    급성 콩팥병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 혈뇨가 나온다거나 갈색으로 된 소변이 나올 경우, 오줌양이 줄어들면서 붓는 경우, 왠지 모르게 자꾸 피곤하거나 지치고, 구토를 한다거나 경련이 있을 때에는 물론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급성 콩팥손상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런 경우들에는 꼭 병원에 지체하지 않고 방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전혀 증상이 없는데, 우연히 피검사를 했다가 지금 콩팥 기능이 많이 나빠져 있음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급성 콩팥병은 일찍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콩팥 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일부에서는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한다. 결국 10~20%는 말기 콩팥병이 돼 콩팥의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 경우 투석이나 신장이식 등 기존 콩팥을 대체해주는 치료가 필요하게 되므로, 가능한 한 빨리 급성 콩팥병을 발견해서 적절하게 치료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급성 콩팥병이 반복해서 발생하면 그 역시도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을 하기 쉬우므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재발을 막도록 해야 한다.

    콩팥 전문가 모임인 대한신장학회에서는 2013년에 급성 콩팥병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 △의약품과 건강식품을 남용하지 않는다 △수분 부족과 탈수 현상을 피한다 △의사와 의논해 콩팥 기능을 규칙적으로 검사한다 △체력에 맞게 운동한다 △CT, MRI 혈관 촬영 전 콩팥 기능을 확인한다 등 5가지 생활 수칙을 발표했다.

    모든 약과 한약, 건강 보조식품 등은 체내에서 대사되고, 그 부산물이 빠져나가는 과정 동안 콩팥이나 간을 거치게 된다. 특히 진통 소염제나 일부 항생제, 항암제, 일부 한약이나 보약들은 콩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약이다. 특히 만성 콩팥병이나 고령으로 콩팥 기능이 저하된 경우, 약의 대사 물질들이 체내에 오래 머무를 수 있어 약의 용량을 콩팥의 기능에 적절하게 맞춰야 하므로 주치의 또는 콩팥 전문 의사와 상의가 필요하다.

    설사가 심하다거나 구토가 심한 경우, 아니면 수분 보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땀을 너무 많이 흘린다면 내 몸에 있는 수분이 모자라 콩팥으로 가는 피의 양이 줄어들게 돼 콩팥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장을 쉬게 하려면 병원에서 수액을 맞으면서 장염이 잡힐 때까지 기다리거나, 그 정도로 심하지 않다면 이온음료나 죽 등으로 수분과 영양을 보충하면서 장염이 좋아지길 기다려 볼 수 있다.

    통상 콩팥 기능과 연관된 기본검사는 피와 소변 검사 두 가지다. 피검사에서 크레아티닌(Creatinine)이라고 하는 수치를 검사하는데, 이 수치를 토대로 현재 콩팥의 기능이 어느 정도 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소변 검사에서 피 세포나 염증세포, 단백질이 검출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콩팥 기능이 저하돼 있는 경우, 콩팥을 초음파나 CT 등의 영상검사로 콩팥이 매끈한 모양인지, 울퉁불퉁한 모양인지 등의 정보를 얻어 이를 토대로 급성과 만성을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 컴퓨터 단층 촬영(CT)이나 자기 공명 영상(MRI)과 같은 첨단 영상검사법들은 숨겨진 질환을 찾아내는데 있어 기존의 단순 촬영보다 정확성이 월등한 사용빈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검사 과정 중에 보다 정확한 영상을 얻기 위해 경우에 따라 조영제라는 주사를 투여하게 되는데, CT나 혈관 촬영에서 쓰는 조영제는 콩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당뇨가 있거나 만성 콩팥병이 있거나 고령인 경우는 취약할 수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미리 수분을 공급하고,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약제들을 투여한 후 검사를 진행할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MRI에 쓰는 조영제는 통상 콩팥에 부담이 덜한 편이지만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는 조영제가 전신의 피부를 딱딱하고 두꺼워지게 하는 부작용이 드물게 나타날 수 있어 CT나 MRI 영상검사가 예정돼 있다면 조영제 사용 여부를 주치의에게 반드시 물어보고, 그에 따른 조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 MH연세병원 신장내과전문의 구상건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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