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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14) 제19화 대통령선거 44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어’

  • 기사입력 : 2017-06-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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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비서가 전화를 가지고 와서 민병삼에게 건네주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비서가 민병삼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을게요.”

    “예.”

    민병삼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과 10분이 넘게 통화를 했다. 서경숙은 차를 마시면서 정원을 내다보았다. 정원이 빗줄기에 흠뻑 젖어 있었다. 이내 민병삼의 통화가 끝이 났다.

    “미안해요.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여 보고해 줘요. 대통령이 되면 제대로 된 민심을 파악하기 어려워요. 그러니 일주일에 한 번만 출근하고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해요.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요?”

    서경숙은 잠시 망설였다. 민병삼은 그녀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요.”

    민병삼이 다짐하듯이 재촉했다.

    “알겠습니다.”

    서경숙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유승원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내 차를 타고 돌아가요. 나는 당선자님과 함께 움직일 테니까.”

    서경숙은 민병삼과 유승원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유승원의 운전기사가 연락을 받고 차문을 열어주었다. 서경숙은 유승원의 차에 올라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운전기사가 뒤를 돌아보고 물었다.

    “갤러리요.”

    서경숙은 운전기사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운전기사가 시동을 걸자 대문이 열렸다. 차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대문 앞을 빠져 나와 도로로 나섰다. 아침 8시가 지났을 뿐인데 도로는 출근 차량이 밀리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어.’

    서경숙은 차창 밖을 내다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갤러리는 조용했다. 서경숙은 갤러리에 도착하자 커피를 한잔 끓여 마셨다. 관장실의 텔레비전을 틀자 인수위원회로 출근하는 민병삼의 동정이 보도되고 있었다. 민병삼을 수행하는 유승원의 모습도 보였다. 서경숙은 최명수에게 문자를 보내 쉬라고 지시했다.

    장대한은 아침 10시가 되자 갤러리 앞에 나타났다.

    “그동안 바쁘셨나 봐요?”

    차에 타자 장대한을 모처럼 만났기 때문에 얼굴을 살폈다. 장대한은 여전히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예. 생각보다 일이 점점 많아지네요.”

    장대한이 고개를 흔들었다.

    “어디로 가요?”

    “포천 쪽으로 갈까 하는데 어때요?”

    “저는 상관없어요.”

    서경숙은 우울한 기분을 날려 보내고 싶었다. 장대한이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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