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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우이독경(牛耳讀經)_고성군 AI 유감-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7-06-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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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겹다고 찾아왔다. 지난 2월 이 지면에 ‘격화소양(隔靴搔痒) 고성군 AI 유감’이라는 글을 썼다. 당시도 지금처럼 고성군은 조류인플루엔자(AI)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나는 글에서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어김없이 AI는 고성을 할퀴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6일 고성을 덮친 AI는 50여일째 진행 중’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리고 말미에 ‘AI에 구제역에. 고성군 공무원들은 겨울만 되면 특근 노이로제가 걸린다. 이번 여름 어떻게 대책을 세우는지 지켜보자. 운영하는 사람을 바꿔 보든 대책을 바꿔 보든, 아니면 무식한 말로 아예 오리 닭을 키우지 말건, 뭔가 하지 않으면 다가올 연말이나 내년 초 AI가 정겹다며 고성군을 다시 찾아들지 두려워진다’고 했었다.

    그 AI가 이달 초 고성군이 정겹다고 다시 찾아왔다. 지난 9일 대가면에서, 10일엔 거류면에서 의심 신고가 있었고, 13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농장 주변의 가금류는 당장 살처분됐다. 확산 방지한다며 고성군은 100마리 이하의 가금류를 키우고 있는 14개 읍면 675농가 가금류 1만1000여 마리를 수매 처분했다. 이 일을 위해 이틀간 계별로 1명씩의 공무원들이 동원돼 살처분 작업을 했다. 살처분에 100명, 수매에 420명 등 총 520명의 공무원이 동원됐다.

    수매 현장을 찾았다. 할머니 한 분 만났다. “이거 꼭 직이야 되나. 내는 이자 어짜노. 알 낳는 놈도 몇 푼 안 주고 직이뿌고. 맨날 병만 오면 직인단다. 도대체 몇 번이고. 내 집에 있는 새끼들이 병걸린 것도 아닌데 와 직이노. 다른 방법이 없나. 제발 그놈의 이상한 병 안 오게 좀 해주라.” 할머니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길 건넛집 아저씨는 한마디 물으려 하자 손을 가로저었다. 말하기 싫단다.

    동원된 공무원들 입도 쑥 나온다. 그들 중엔 구토를 한 사람도, 살아있는 짐승 죽이며 가슴 아파 눈물 났다는 사람도 있었다. “인간에게 감염될 우려도 있는데 예방 접종 등의 대책도 없이 투입됐습니다.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예방주사도 없이…. 솔직히 닭을 잡지 못했습니다. 잡아놓은 거 나르기만 했지만 닭 모은 곳에는 썩는 내음이 진동했고 밤잠을 못 잘 만큼 힘들었습니다. 생각도 하기 싫어요.”

    AI사태가 발생하면 담당자들은 잠도 못 자고 진짜 비상이 걸린다. 그러니 참 열심히 했는데 욕만 먹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로 3년째 같은 일이 반복되면 이건 좀 곤란하다. 혹시 AI가 독감이라 여름에 올 것이라는 생각을 못 하다 당했다고 한다면 더 답답하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이번 AI는 인재(人災)라는 주장도 한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참 답답하다. 통영 고성을 담당하다 보니 여름엔 적조, 겨울엔 AI가 가장 힘든 취재거리다. 이젠 여름에 적조뿐 아니라 AI도 대비해야 한다. 고성군 홍보도 참 문제다. 재앙이 발생하면 군민들에게 잘 알려 대비하게 해야 하는데 숨기기 바쁘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뭘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상급 기관인 경남도를 통해 알아보는 게 빠를 만큼 폐쇄적이다. 이러니 대책도 폐쇄적이지 않을까.

    우이독경(牛耳讀經)에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몇 번을 말해도 못 알아들으면 참 곤란하다. 고성군의 AI대책과 운영, 그래서 유감이 많다.

    김 진 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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