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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신조어와 줄임말의 시대- 이유갑(사단법인 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

  • 기사입력 : 2017-06-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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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사람의 정신 내면을 드러내는 거울이라고 한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지식의 정도와 짜임새, 성격, 인품을 짐작할 수 있다. 언어심리학의 연구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을 빠르게 하는 사람은 성격이 급하고, 말을 천천히 하는 사람은 다소 유한 성격이다. 마찬가지로 첫 음절에 강한 액센트를 주는 사람은 조급하고 여유로움이 덜한 편이다.

    혼밥이나 혼술은 보통명사가 된 지 오래이지만, ‘심쿵’ ‘과사’ ‘단톡방’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심쿵’은 심장이 쿵쿵거린다는 뜻으로, ‘과사’는 과거의 사진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단어이다. ‘단톡방’은 단체 카톡방을 줄인 단어이다. 이런 식의 축약된 신조어는 본격적인 SNS 시대를 맞이해 인터넷이나 카톡, 문자 메시지에서 활개치고 있다.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신조어는 이미 10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넘쳐 나고 있다. 회사에서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을 의미하는 ‘사축인’, 휴식을 포기한 이들을 뜻하는 ‘쉼포족’, SNS의 발달로 언제 어디에서나 업무의 연락이 가능해져서 감옥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메신저 감옥’ 등이 그것이다.

    이렇다 보니 비슷한 세대들끼리의 의사소통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부모와 자녀 사이처럼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들끼리는 아예 의사 소통을 포기하는 불통에 가까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간편하고 재미있기에,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또 지나친 사회적 경쟁에 항상 쫓기면서 살기 때문에 축약된 신조어를 만들어 쓰고 있다. 이들의 팍팍한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패스트푸드는 맛있고 바쁜 일상생활에 필요하기도 하며,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초스피드의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 빨리 빨리의 생활태도가 미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따금씩 오래 삭히고 뜸 들여야 하는 슬로푸드도 먹어야 하고, 바쁜 것 잠시 접어두고 다소 여유롭게 살아가는 슬로 라이프도 누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쓰는 말에서도 여유와 품격을 되찾았으면 한다.

    이유갑 (사단법인 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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