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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감기 걸린 아이의 등교- 박영조 (재료연구소 엔지니어링세라믹연구실장)

  • 기사입력 : 2017-06-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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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악을 금치 못하는 아이 엄마들의 분노 어린 눈길에 뒷골이 서늘하다. 설마 이 시대착오적인 만행을 감히 누가? 무언가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중의법인가? 모두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다.

    먼저 밝혀두고자 한다. 필자는 의학공부를 전혀 한 적이 없으며 관련 자격증이나 면허증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의학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므로 믿지도 마시고 나중에 책임추궁도 하지 마시라. 설령 다음에서 인용하는 사례들의 의학적 타당성이 일부 검증됐다 할지라도 아이의 감기라는 문제에 적용하는 것은 비전문가의 재기발랄한 오류일지도 모른다는 위험성을 필자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므로 독자들도 그렇게 해주시기를 바란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옛날에는 개근상을 받는 것이 자랑이었고 또 많은 학생들이 그 상을 받았다. 당시에는 감기와 같은 가벼운 병으로 학교를 결석한다는 생각은 언감생심 해본 적이 없었다. 다소 심각하게 아프더라도 일단 등교를 한 후,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으면 조퇴를 하는 게 학생의 마땅한 도리였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는 콜록거리는 아이를 등교시키는 학부모는 공중도덕을 모르는 사람 취급을 피할 수 없다. 이 개명(開明)한 세상에 자기 아이 아픈 것으로만 그쳐야지 온 교실에 바이러스를 퍼뜨려 많은 급우들까지 앓게 만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유럽인에 의해 정복당한 이유 중의 하나가 전염병이라고 한다. 유럽인은 농경이 시작된 이래 수천 년간 많은 종류의 가축을 기르며 온갖 세균에 노출돼 왔다. 그로 인해 다양한 전염병으로 대량 사망을 반복하며 면역력을 키워 왔던 반면, 아메리카 원주민은 그렇지 못해 전염병이 일방적인 방향으로만 몹쓸 짓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하수도 시설이 철저하고 위생관념이 상식이 돼버린 서울이나 런던과 같은 오늘날의 대도시는 아프리카 오지에 비해 거의 무균지대라고 할 수 있다. 두 지역 간에는 사람 뱃속의 위나 창자에 존재하는 세균의 종류나 숫자가 엄청나게 다르다. 바로 이 차이가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이 대도시에는 창궐하고 아프리카에는 희귀한 이유라고 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귀생(貴生)보다 섭생(攝生)이라고 했다. 사람이 편한 것만 추구하면 병약해지고 오히려 험한 것도 겪어야 건강하고 아름다워진다는 말인데, 그냥 그럴듯한 말만은 아니고 면역력 관점에서 보면 과학적으로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요즘은 무균지대인 도시 가정에 아이가 하나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기생충 감염률도 3% 이하라고 하니 뱃속 침입자도 별로 없다. 그러면 아이의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감히 제안해보건대 감기 같은 가벼운 병이라면 아이를 등교시켜도 좋지 않을까 한다. 바이러스 몇 마리쯤 서로 교환하면서 잠시 앓고 난 다음에 더 건강해질 수도 있다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 아닐는지. 의사 선생님의 전문가적 고견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박영조 (재료연구소 엔지니어링세라믹연구실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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