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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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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자주 떨리고 발 끌리나요? 수전증 아닌 '파킨슨병'이래요

앉아 있거나 걷는 도중 손발 떨리면 의심해야
떨림·경직이 특징… 활동 인한 ‘수전증’과 달라

  • 기사입력 : 2017-06-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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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66)씨는 평소 한쪽 손을 떨고 걸음걸이가 느려졌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지만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손떨림이 심해지고 동작이 느려져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인근 대학병원을 찾았다. A씨의 진단명은 이름도 생소한 파킨슨병. 다행히 치료로 증상이 많이 호전됐지만 계속 방치했다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파킨슨병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10년 6만2361명에서 2014년 8만4771명으로 5년 동안 약 40% 증가했다. 파킨슨병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병률이 급격하게 높아지기 때문에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파킨슨병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뇌의 퇴행성 질환의 하나인 파킨슨병은 뇌에서 운동신호를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신경세포가 감소하면서 발생한다. 이로 인해 운동기능이 저하돼 떨림, 동작의 느려짐, 팔다리의 굳어짐,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적으로 악화돼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초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운동증상의 개선과 삶의 질 유지에 중요하다.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떨림이다. 가장 흔한 이상운동 증상의 하나인 떨림은 몸의 일부 또는 여러 부위에서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움직임을 말한다. 파킨슨병 이외에 다른 질환에 의해서도 떨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파킨슨병에서의 떨림은 편안한 자세로 앉아있거나 걷는 도중 발생하고, 움직이면 오히려 떨림이 감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손과 발에 떨림이 나타나며 초기에는 한쪽에만 증상이 발생한다. 손가락의 엄지와 검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떨리게 되는데, 마치 손끝에 알약을 쥐고 굴리는 듯한 모양이라 해 환약말이 떨림 (pill rolling tremor)이라 부른다.

    흔히 수전증으로 불리는 본태성 진전으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본태성 진전에서의 떨림은 파킨슨병과는 달리 팔을 들고 있거나 무엇인가를 쥘 때 등 주로 활동에 의해 떨림 증상이 발생한다. 본태성 진전과 다른 형태의 떨림이 나타나거나, 떨림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 반드시 파킨슨병 전문의를 찾아 현재 상태에 대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동작이 느려지고 작아지는 것도 파킨슨병의 중요한 증상이다. 평소 별 어려움 없이 잘 해오던 일도 점차 느리게 수행하게 되며, 글씨 쓰기나 옷의 단추 잠그기와 같은 세밀한 동작을 요하는 행동을 할 때 더 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걸을 때에는 보폭이 좁아지고 한쪽 팔이 흔들림 없이 부자연스럽게 되며, 발을 땅에 끌면서 걷게 된다.

    또한 파킨슨병이 진행될 경우 걸을 때 발이 땅에 붙어버린 것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는 보행동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걷다가 멈추고 싶어도 마음대로 걸음이 멈춰지지 않아 종종걸음으로 걷거나 앞으로 쓰러지게 되는 가속 보행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근육 긴장도가 증가해 팔다리가 뻣뻣해지고 관절을 움직이기 힘들어지는 근강직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떨림보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증상이지만 실제 파킨슨병 환자의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주는 증상이다.

    또한 파킨슨병이 진행하면 몸의 균형을 잡는 자세반사가 저하돼 자세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허리가 구부정해지고 몸이 앞으로 쏠리게 되고, 균형감각이 떨어지면서 자주 넘어져 낙상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파킨슨병의 진단은 환자의 증상에 대한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이뤄진다. 어느 날 갑자기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조금씩 진행하는 한쪽 팔다리의 떨림, 느려짐, 굳어짐,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 도파민성 약물에 지속적으로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경우 등을 임상적으로 판단해 파킨슨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뇌 수두증, 뇌종양, 뇌졸중 등과 감별하기 위해 뇌 MRI를 시행한다. 또한 파킨슨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감소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PET-CT 검사를 진행한다. 이 외에도 환자의 증상에 따라 인지기능검사, 자율신경검사, 발음 및 삼킴검사 등을 보조적으로 시행해 파킨슨병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파킨슨병과 유사한 다른 질환들을 감별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파킨슨병 치료의 기본은 약물치료다.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이 파킨슨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하기 위해 레보도파라는 약물을 복용한다. 레보도파가 신체 내에서 대사작용을 통해 도파민으로 전환돼 몸의 운동증상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레보도파 외에도 약의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각종 도파민 대사효소 억제제나 도파민 효현제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 외에도 균형과 보행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운동치료를 시행한다. 스트레칭과 체조뿐만 아니라 허리를 곧게 세우고 둔해진 쪽 팔을 의도적으로 크게 흔들며 걷는 것 또한 파킨슨병 환자의 자세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뇌신경센터 김연수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의 대부분은 손떨림과 동작의 느려짐과 같은 증상을 간과해 진단이 늦어짐으로써 사회생활과 일상활동에 큰 불편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파킨슨병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뇌신경센터 김연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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