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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18) 제19화 대통령선거 48

“안녕하세요 서경숙입니다”

  • 기사입력 : 2017-06-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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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죽었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으나 그는 많은 돈을 남겼다. 그것이 그가 세상에 남는 가족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다. 그는 경찰에 체포되기 전부터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서경숙은 그에게 새삼스럽게 고마움을 느꼈다.

    “관장님, 저녁 8시에 시간 괜찮으세요?”

    심은지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박윤수의 아들과 통화를 한 모양이다.

    “괜찮아요.”

    “인사동에서 식사를 하기로 예약했는데요. 우리는 전은희씨와 저와 세 사람이고 저쪽은 박선호씨 부부입니다. 다섯 명 예약을 했습니다.”

    “잘했어요.”

    서경숙은 심은지의 보고를 받고 만족했다. 산인데도 전화가 잘 되었다. 서경숙은 장대한을 따라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모처럼 산을 오르자 피로했으나 기분은 좋았다. 산에서 내려온 뒤에는 온천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서울까지 돌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온천을 하고 나오자 비로소 피로가 풀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장대한이 아파트까지 태워다 주었을 때는 해가 저물고 있었다.

    “오늘 즐거웠어요.”

    서경숙은 장대한에게 가볍게 키스를 해주었다. 여름이라 해가 길었다. 서경숙은 옷을 갈아입고 최명수를 불러 갤러리로 나갔다.

    갤러리에는 심은지와 전은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된 것 같은데 호텔로 가지. 심은지씨도 차를 가지고 가.”

    심은지에게 지시했다.

    “네.”

    심은지가 얌전하게 대답했다. 서경숙은 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심은지가 전화를 하여 박선호 부부는 1층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우리 갤러리 관장님입니다.”

    심은지가 서경숙을 박선호 부부에게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박선호입니다.”

    박선호가 손을 내밀었다. 억양이 낯설기는 했으나 한국말을 잘했다

    “안녕하세요. 서경숙입니다.”

    서경숙은 박선호의 손을 잡았다. 박선호의 부인 미호코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박선호는 40대의 중년신사였고 미호코는 얌전한 중년부인이었다. 서경숙은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면서 박선호와 환담을 나누었다. 박선호는 서경숙이 그림 여섯 점을 살 때가 박윤수가 가장 어려울 때이기는 했지만 가장 행복했을 때라고 했다.

    “아버님은 가정적인 분이셨나요?”

    “우리에게 늘 미안해하셨어요. 조국에 살고 싶어 하셨지만 조국은 아버지를 배신했어요.”

    “지금도 조국을 원망해요?”

    “한때 많이 원망했습니다.”

    “지금은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나요?”

    박선호는 한국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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