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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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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웨딩다이어리 (2) 새로운 데이트 코스- 웨딩박람회

  • 기사입력 : 2017-06-26 13: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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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밥·커피 혹은 술. 많은 커플들이 그렇듯이 우리도 이 단조로운 코스가 지루했다.
    지난해 12월. 시기적으로 주말마다 촛불이 일렁였고, 내가 담당인터라 지역을 떠나 먼거리 여행을 떠나기도 불안했다.

    SNS를 뒤지다가 친구가 '좋아요'를 누른 웨딩박람회 링크 광고를 발견했다. (그 친구도 오는 11월 결혼을 위해 한참 검색했던 중이었다고 한다.)
    다가오는 주말에 마산의 한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열린다는 웨딩박람회 소식은 새로운 데이트 코스를 발굴한 느낌이었다. 그것도 안해봐서 아주 신선한 데이트 코스.

    언제일지 몰라도 누군가와 결혼은 해야 했고, 뭘 하는지 예산이 얼마 드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결혼 허락받기 한참 전이었다.)
    역대급 지름신을 불러 올 것이란 생각은 전혀 못한 채 그날이 왔다. 입구에서 알아보고 싶은 것을 체크하라고 했고, 우린 '스드메', '예식장'을 선택했다. (이외에도 '허니문', '가전·가구', '한복', '예물', '예복' 등 항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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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갔던 웨딩박람회는 사진을 못 찍었다. 사진은 지난 24일 창원 풀만호텔에서 열린 웨딩박람회 모습.

    주최측은 플래너가 있는 테이블에 선착순으로 커플을 앉혔다. 우린 이곳에 들어오기 전 '절대 영업 당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상태였다.
    플래너가 예식장 목록과 샘플 사진들을 들고 와 열정적으로 설명했지만 사실 결혼 허락도 안 받았는데 날짜가 있을리가 있나. 더 고민해보겠다며 목록을 물렸다.

    다음은 스드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의 줄임말이지만 사실상 범위와 경계가 궁금했던 참이었다.
    "스튜디오는 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 일체(웨딩촬영과 드레스·메이크업 등 그에 필요한 것들)라고 이해하시면 되구요. 메이크업과 드레스는 본식용이에요."

    별것 아니지만 명쾌했다. 명쾌한 설명에 이어 플래너는 영혼을 울리는 멘트로 나를 현혹했다.
    "신부님 눈이 한쪽은 쌍커풀이 없네요. 짝짝이라 눈화장이 힘드시겠어요. 이럴수록 메이크업 잘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저랑 결혼 준비하시면 책임지고 섭외할게요."

    '나도 포기한 내 눈을 알아봐 주다니 정말 세심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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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 않겠다고 들어갔던 웨딩박람회에서 50만원을 긁고 왔다.

    나는 이미 계약서를 쓰고 있었다. (안다. 대다수가 지금 '호구 아니냐'는 눈빛으로 이 글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증금 명목으로 50만원을 결제했다. 나머지는 나중에 웨딩촬영, 스드메 이용 시 결제 조건이었다. 플래너가 마음에 안 들면 전액 환불 가능하다는 조항에 안도를 하면서 말이다.(사실 이런 충동구매는 처음이 아니다. 재작년에는 취재차 풀만호텔 웨딩파티에 갔다가 예식 보증금 10만원을 결제한 적도 있다. 그때는 남자도 없었다. 그때도 무상환불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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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딩박람회에서는 예물, 예단, 한복, 가전 등 기본적인 결혼 준비물을 비롯해 캘리그라피 청첩장 등도 구경할 수 있다.

    ◆플래너 장단점

    플래너는 쉽게 말해 매니저다. 내 대신 알아보고 예약해주는 역할. 가끔 가다 웨딩박람회 특전 할인을 제공해주는 딱 그 정도다. 따로 플래너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없지만 모든 것을 다 같이 해주는 건 아니니 실망할 수도 있다. (스드메, 예식장 등을 따로 알아봤지만 금액 차이는 거의 나지 않아 편한 쪽을 택했다.)

    하지만 자기 일에 바쁜 사람들을 위해 시기별로 연락해 준비해야 할 것을 인지시켜 주고 대신 예약을 해주니 정말 좋다. 한복, 맞춤양복 등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는 품목의 잘 나가는 혹은 저렴하지만 질 좋은 브랜드 등을 알아봐 준다. 가격대를 제시하면 그에 맞춰서 말이다.(물론 자신들과 연계 업체를 소개해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업체다 보니 어느 정도 질이 보장돼 걱정은 않아도 될 것 같다.)

    나중에 예식장을 모색하면서 안 사실이지만 서울의 경우 예식장이 대관만 진행하기 때문에 스드메를 비롯해 모든 것을 알아서 발품 팔아야 해서 플래너가 인기가 많지만 지방의 경우 내가 둘러본 예식장(세코, 웨딩그룹K, 풀만호텔, 리베라컨벤션 등) 중 대부분이 연계 업체 소개 혹은 패키지를 진행하고 있고 자체 패키지 이용 시 혜택을 제공하는 곳도 있어 플래너의 필요성은 높지 않은 듯 했다. 예를 들면 패키지를 운영하는 모 웨딩홀은 따로 식장만 대여하지 않거나 황금시간대는 대여하지 않는다. 예식장 패키지 이용 시 '스드메+대관' 금액인지, '드메+대관' 금액인지 따져볼 것.

    갈 때마다 사은품을 꽤 받은 것도 웨딩박람회가 꽤 괜찮은 데이트 코스라고 말하는 이유에 속한다. 커피포트, 밥솥, 칼세트, 광파오븐, 여행용 가방 등이 내 손에 들어왔다. 물론 계약에 따른 답례 성격이 컸지만 도장 10개 찍기처럼 노력이 수반되거나 복권식 행운권처럼 운이 따른 경우도 있었다. (갈 때마다 시기적으로 너무 빨라서 혹은 까맣게 잊어버려서 계약하지 못해 재차 웨딩박람회를 찾으면서 얻은 행운이었지 일부러 사은품 타자고 웨딩박람회를 여러번 간 건 아니다.) 이왕 준비해야 하는 거라면 나쁘지 않으니까. 물론 금액 비교는 필수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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