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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입학·입대·입사 공정한 가치 지녀야 - 정기홍 (거제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6-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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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오전 서울 법원종합청사 서관 519호 법정.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중 최씨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비리에 연루된 피고인 9명 전원에게 업무방해 등 혐의로 유죄가 선고됐다.

    이날 필자의 주목을 끈 것은 선고를 내린 재판장 김수정 부장판사다. 40대 후반에 두 자녀의 어머니로 알려진 김 부장판사는 판사인 동시에 한국의 여느 어머니와 같은 심정으로 판결했으리라 짐작된다. 따라서 재판장의 판결 이유 및 양형 배경 등에 대한 설명은 누구보다 한국 부모들의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재판부는 최순실에 대해 “자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법과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배려받아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어머니 마음으로 보기엔 너무나 많은 불법 행위를 보여줬다”고 나무랐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 (易地思之)를 누구나 실천하기 어렵지만 최순실에게는 털끝만큼도 없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해서는 “정유라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애쓴 흔적은 국민 전체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고, 이 사건 범행은 노력과 능력에 따라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사회 믿음을 뿌리부터 흔들리게 했다”며 “공정한 입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이어 “공정한 평가를 기대한 수강생들의 허탈감과 배신감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공정성’이란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질타했다.

    한국민은 특히 △입학 △입대 △입사에서 ‘공정의 가치’가 훼손됐을 때 그 무엇보다 분노한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길을 힘들게 걸어 왔기 때문이다. 피부에 곧바로 와닿는 문제다.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 교육열. “내 아들만큼은 군대에 보내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는 본능에 기인한 부모의 마음. 여기에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 일자리 마련을 위해 대통령까지 발 벗고 나섰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한편 가위춤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가수 유승준은 지난 2002년부터 한국에 올 수 없었다. 무려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당시 군 입대를 당연시 주장했던 유승준은 입대를 앞두고 출국한 후 병역 기피를 위해 미국 시민권을 선택, 법무부로부터 입국 금지 조치를 받았다. 유승준은 지난 2015년 10월 자신의 비자 신청 반려에 대한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2월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15년의 세월이흘렀지만 법에 앞서 국민이 그를 용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국민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는 국민 모두가 지켜야 하는 의무다. 헌법 아래 법률에는 신체 건강한 남자는 군대를 가야 하는 ‘병역의 의무’가 있다. 유승준은 대한민국 건강한 남자라면 모두가 힘들게 지키는 의무를 기피, 지금도 힘겹고 외로운 심적 고초를 겪고 있다.

    입사 즉 취업, 직장을 갖는 것도 같은 이치다. 자식이 성인이 되어 좋은 직장에 들어가거나 자기 일을 가질 때 부모는 인생이란 긴 여정에서 비로소 한시름 놓는다. 부모가 자녀의 입사 때도 최순실처럼 개입하면 자식이 그 직장에서 겪는 심적 고통은 뭘로 대신해줄 수 있을까.

    정기홍 (거제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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