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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먹고살기 -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기사입력 : 2017-06-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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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제목이 잘못됐다. 보통의 예술가들이 예술로 먹고사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느 예술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작품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미술 작가는 전체 미술가 중 1%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제목을 고집한 이유는 ‘예술로’ 먹고살거나, 그렇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예술 세계를 상상하고 싶어서다.

    몇 년 전 협동조합 열풍이 전국을 강타했다. 직원들 스스로 출자금을 마련하여 만든 회사가 협동조합인데, 수익이 생기면 조합원들이 공평하게 공유한다는 점 때문에 너도나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10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설립되었지만 이 중 만족할 만한 수익을 창출하는 협동조합은 그리 많지 않다. 협동 정신을 발휘해 조금 나은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출발한 게 협동조합이다 보니, 예술인들도 협동조합을 만드는 사례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예술협동조합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공동창작이나 공연 쪽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부분 기존 임의단체가 협동조합으로 옷을 갈아입은 모양새라 딱히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아 보인다.

    얼마 전 부산에서는 ‘비아트’라는 모임이 문을 닫았다. 2014년 예술협동조합을 꾸려 예술가와 기획자의 먹거리를 해결해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던 비아트는 그 꿈은커녕 고유 영역이던 미술비평잡지마저 발행을 중단했다. 안정적 운영을 위한 경제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니 운영진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을 뿐더러 운영 자체도 힘들었던 것이다. 주변의 많은 기대를 안고 시작했던 비아트마저 협동조합의 꿈을 접으면서 예술로 먹고사는 일이 녹록지 않음이 새삼 느껴진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애초 예술은 먹거리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대중성을 가진 영화나 공연 예술은 이윤 창출이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의 보통 예술은 많은 대중을 확보할 수 없는 속성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기에 먹거리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런데 예술지원정책은 창작 지원 이후 자생력 확보를 전제로 한다. 자생력이 없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압력이 내포되어 있다. 이는 예술지원정책의 방향일 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가진 생각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문화다양성을 이야기한다. 문화다양성이 존재해야 그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은 또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다양성은 수많은 젊은 예술가들의 희생을 통해 유지되어 왔다. 물론 하고 싶은 것을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독특한 존재들의 자발적 희생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들이 자신의 경제적 안녕을 포기하면서 그 다양한 예술을 유지하고 있음을 쉽게 간과한다.

    한 달 전 성산아트홀과 자유회관에서 창원아시아미술제가 개최되었다. ‘옴의법칙’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진행된 이 미술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저항처럼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주목했다. 세상을 맹목적으로 좇지 않고 한발 떨어지거나 아니면 역행하며 존재하는 게 보통의 예술가들 삶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행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 역시 삶이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돈벌이랑은 전혀 관계없는 행사에 몇 개월씩 매달려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대중문화에 포섭되지 않는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은 확실히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경제관념을 가지고 있다. 돈이 되지 않아도 재밌고 신나고 의미가 있으면 자신의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의 예술 노동을 재능기부 식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예술 노동도 엄연한 노동이기에 합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중앙·지방 정부의 문화예술지원 예산에 인건비의 비중이 높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술로 먹고살기는 힘들어도 예술하다 굶어 죽지는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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