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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 식비문과(飾非文過)- 잘못을 꾸미고 허물을 꾸민다

  • 기사입력 : 2017-06-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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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를 아주 잘하고 한국 사람으로서 유엔대표부에서 오래 근무하여 고위직에까지 오른 강경화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서 외교부장관에 지명되자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했다. 더구나 여성으로서는 최초의 외교부장관이다.

    그러나 그녀는 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자녀 이중 국적, 논문표절 등등 여러 가지 비리가 노출돼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였고, 마침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결국 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몰아붙여 임명했다. 법적으로는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도 대통령은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이 용납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장관에 임명되자 그녀는 장관들이 의례적으로 타는 에쿠스 승용차를 타지 않고, 일반 중형차인 쏘나타를 관용차로 타겠다고 선언했다. 에쿠스를 안 타고 쏘나타를 탄다고 그의 비리가 덮이고 청렴성이 돋보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차라리 다른 장관들과 형평성을 맞출 수 있는 원래 지급된 차를 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자기가 중형차를 탄다고 청렴성이 돋보이는 것이 아니고, 다른 장관들이나 자기 아래 직급의 많은 사람들을 모두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장관이 쏘나타 타는데 국장이나 과장이 쏘나타보다 더 좋은 차를 타면 괜히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녀가 약삭빠르게 온갖 이익 되는 것은 재빠르게 다 챙겨 왔으면서, 지금 중형차 탄다고 지금까지의 비리가 다 묻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흔히 하는 말로 ‘쇼한다’는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회식 때 절약한다고 칼국수를 먹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임기 끝자락에 가서 온갖 비리가 터져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되고, 청와대 비서들이 구속됐다. 오히려 청렴한 척 연막을 쳐서 백성들이 방심하는 사이를 틈타 부정을 더 많이 저질렀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청와대 비서들이 소형차를 타고 다녔고, 장관 중에도 경차를 타고 다닌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역시 정권 말기에 온갖 비리가 끊어지지 않아 대통령이 감사를 받고, 청와대 비서들이 구속됐다.

    남에게 보이려는 인위적인 청렴은, 지금 국민들은 말을 안 해도 다 안다. 쏘나타를 탈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마음 속에서 진정으로 청렴하고 바르게 처신하면 된다.

    어떤 모임에서 주최하는 사람이 조금 음식이 비싸거나 고급으로 준비하면, 낭비한다고 여러 사람 앞에서 나무라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청렴 절약을 돋보이게 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는 그렇게 안 하면 되지, 여러 사람 앞에서 상대를 힐책하는 것은 옳은 행동이 못 된다. 청렴이나 정직은 말이나 겉모습으로 보일 필요 없이 마음으로 결심해 실천하면 된다.

    * 飾 : 꾸밀 식. * 非 : 아닐 비.

    * 文 : 글월·꾸밀 문. * 過 : 허물 과.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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