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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이중 잣대 - 이상권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06-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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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왕은 암행어사를 임명할 때 봉서, 사목, 마패, 유척을 하사했다. 이 가운데 유척은 놋쇠로 만든 자(尺)다. 암행어사는 각 고을의 도량형(度量衡)과 형구(刑具) 규격을 검사하기 위해 유척 2개를 지녔다. 탐관이 백성에게 엉터리 도량형을 써서 세금을 많이 거둬 나라에는 정해진 양만 바치고 나머지를 챙기는 부정부패를 단속했다. 이처럼 길이, 부피, 무게 기준을 의미하는 도량형은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이었다.

    ▼대인관계에도 이중 잣대는 갈등을 야기한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이분법적 결론으로 귀결한다. 심리학에선 인지 부조화라고 설명한다. 자기 합리화가 지나쳐 이중 잣대로 판단하고 기억마저 스스로 조작하는 행태다. 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는 ‘소유효과’라고 명명했다. 자신의 선택, 생각, 소유물에 일반 기준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자기 중심적 심리상태다.

    ▼15대 총선 직후인 1996년 6월 남해 출신 신한국당 박희태 의원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의원 빼가기를 비난하는 야당을 향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응수했다.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대의 이중 잣대를 비판하는 단골 키워드가 됐다. 요즘 정치권이 온통 이 ‘내로남불’ 공방에 휩싸였다. 어제의 야당이 오늘의 여당이 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당시 비판이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익명의 개인주의 집합체다. 독선과 오만이 팽배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관으로 무장했다. 주관은 모든 상황을 자신의 입장에서 재단한다. 세계적 리더십 전문가 존 맥스웰은 남을 판단할 때는 ‘행동’을, 자신은 ‘의도’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인에게는 가혹하지만 자신은 의도가 훌륭했다면 쉽게 용서하는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고 했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자기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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