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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을 만나다 - 윤덕점

  • 기사입력 : 2017-06-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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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아침 현관문을 열다 유기견

    한 마리를 만난다

    비 맞고 절뚝이며

    아랫마을에서 우리 집까지 온 것

    사료 한 줌 건네며 등을 만지자

    민감하게 따라오는 적의

    그가 걸어온 낮고 험한 시간 탓이리라

    어쩌면 전생 내 살붙이였을지도 모를 그놈

    흔들리는 눈동자에 묻은

    불안 사이로 비는 계속 내리고

    밥 다 먹고도 자릴 뜨지 않고

    서성이는 발자국

    망연히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와 나의 아득한 거리

    ☞ 한 번쯤은 마주칠 법한 그림이 그려지는 시입니다. 어디에도 요란한 장식이나, 관념적인 수사가 없는 작품입니다. 단지 시인의 지극한 모성이 한눈에 들어오는 담백함이 전편에 담겨있습니다. 아무리 먹이를 주고 등을 만져주어도 ‘그와 나의 아득한 거리’를 앞으로 어떻게 좁혀갈지가 좀은 궁금해집니다만.

    사람들이 한때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준 유기견들을, 어떤 이유를 들어 내동댕이치기도(?) 합니다. 시인의 집에 절뚝이며 온 개 한 마리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상적일 수도 있는 상황을 모성애로 어루만지며, 시의 보편적 정서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경험적 영역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대에게 함축적인 메시지를 보냅니다. 무릇 생명이란 서로가 쓰다듬고 보듬어야 한다고.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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