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성산칼럼] 대통령에게 ‘노’라고 말하는 미국 고위공직자들- 김명현 (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7-06-29 07:00:00
  •   
  • 메인이미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은 유명하다. 트럼프는 친정인 공화당의 충고는 물론 각료의 조언도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자신의 지시에 ‘반발’하는 관료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대표적 피해자는 지난 1월 30일 해임된 샐리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 지난 3월 11일 해임된 프릿 바라라 연방검사, 지난 5월 9일 해임된 코미 전 FBI 국장이다.

    미국 언론은 이들 3명의 해고를 ‘트럼프의 3대 해고’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 역사에서도 대통령 취임 넉 달 만에 세 명의 고위직 인사들이 해고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에이츠는 임명권자인 트럼프가 내놓은 이슬람 7개국 출신의 미국 입국을 막는 행정명령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반이민 행정명령 효력중지 소송 등에 정부 측 변론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법무부 소속 변호사들에게도 변론을 금지시켰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부당하다’고 거부하면서 해고된 셈이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미국 국민들과 전 세계 상당수 국가의 반발은 물론 연방항소법원의 제동으로 시행이 유보됐고 트럼프는 결국 수정안을 제출해 대법원에서 일부를 인정받았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예이츠가 법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됐을 때 일이다. 현재 법무장관인 제프 세션스 당시 상원의원이 ‘대통령에게도 틀렸다면 노(NO)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예이츠는 ‘그렇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는 부당하다고 생각한 행정명령에 반기를 들어 소신을 지켰다.

    바라라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임기를 보장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3월 9일 트럼프 보좌관이 전화를 걸어 ‘대통령과의 통화’를 요청했으나 “의전 문제 때문에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자 다음날 트럼프는 바라라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했고 거부하자 11일 해고했다. 미 정가에서는 뛰어난 검사인 바라라가 러시아 내통 의혹 등 트럼프 비리를 조사하자 해고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바라라는 공정한 수사를 위해 트럼프와 통화를 거부하는 등 ‘거리를 두려다’ 해고된 것으로 보인다.

    코미는 트럼프의 러시아의 커넥션 의혹 수사 ‘중단 요구’를 거절하면서 전격 해임됐다. 충성을 요구하고 기대한 트럼프에게 코미는 “항상 정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미는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가 플린에 대한 러시아 의혹 수사 중단을 요청했다고 ‘정직하게’ 고백해 자신의 말을 증명하는 용기를 보였다. 코미 해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리고 있다. 미국 공무원들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어 대통령의 부당 지시에는 언제든 ‘NO. Sir’(안돼요)와 함께 옷 벗을 각오를 한다고 한다.

    미국의 공직 문화가 한국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우리도 참모나 각료의 말을 경청하지 않은 ‘불통’ 대통령이 올초 탄핵되고 심지어 구속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탈권위와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청년 일자리 창출, 고위직 인사 배제 5원칙 고수, 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제로화, 탈원전, 사드 배치 환경영향평가, 자사고·외고 폐지, 통신비 인하 등 개혁정책들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추진방향은 맞더라도 대안 미흡이나 부작용 해소 방안 부족, 공론화 부족에 따른 당사자 반발 등으로 속도 조절이나 조정이 필요한 정책들이 적지 않다. 이럴 땐 정책 추진 최고 책임자인 고위공직자들은 용기 있게 속도 조절을 건의하거나 ‘아니요’라고 고언해야 한다. 한꺼번에, 그리고 다소 무리하게 추진되는 개혁 정책들에 ‘제동장치’가 없다면 민심은 이반하고 정권 성공은 쉽지 않게 된다.

    김명현 (논설실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명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