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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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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조수연 경남시니어모델협회장

“갱년기 넘는 신나는 워킹…‘인생 2막’ 함께 걸어요”
주부서 모델로 제2인생 시작

  • 기사입력 : 2017-06-2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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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몇 번의 인생을 살까?

    의식주와 의술의 변혁으로 ‘일생(一生)’이라는 단어는 낡은 시집(詩集)에서나 만나는 단어가 됐다. 100세 건강시대가 도래해 제2, 제3의 인생까지 포석하는 ‘생애 스케줄’은 상식이 됐다.

    꽃다운 나이에 결혼해 일생 주부로 살다가 중년을 맞아 제2의 인생을 활기차게 가꾸고 있는 한 여성을 만났다.

    경남시니어모델협회 조수연(57) 회장. 제2의 인생을 시니어모델로 활동하면서 중년 여성들이 겪는 갱년기와 우울증을 한 번에 털어냈다는 조 회장. 조 회장을 만나 자신이 시니어모델이 된 연유와 우리나라 중년여성들의 원초적 고민과 해결 방안,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는 어르신들께 봉사를 하는 이유 등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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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시니어모델협회 조수연(왼쪽) 회장이 마산m호텔 웨딩홀에서 협회 회원, 어르신들과 함께 모델수업의 첫 관문인 워킹훈련을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가족만 바라보며 살아온 ‘헌신의 삶’

    조수연 회장의 고향은 강원도 속초다. 어부의 딸로 태어나 풍족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평범한 유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유독 큰 키가 자신이 의도한 삶을 살지 못하도록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체육교사는 훤칠한 키의 조 회장이 육상선수로 딱이다 싶어 부모를 끈질기게 권유해 육상부에 가입시켰다.

    400m, 800m, 높이뛰기, 넓이뛰기…. 다양한 육상종목을 섭렵해야 했던 그는 하루하루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훈련장에서 뒹굴고 있는 자신이 한스럽기도 했다.

    고교 졸업 무렵. 학교는 졸업에 부풀었던 여고생에게 1년 유급해 또다시 육상선수로 활약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육상선수는 진절머리 나는데…’.

    모든 게 싫었다. 육상선수인 자신도 싫었고, 희생을 계속 강요하는 학교도 싫었다.

    급기야 고향 속초를 떠나 마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육상선수의 삶이 더 이상 싫어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다.

    스무 살에 찾은 마산은 모든 게 낯설었다. 가게를 차리려고 기술학원을 열심히 다녔다. 주위에서는 키가 크고 얼굴도 충분하니 미스경남 선발대회에 나가보라는 권유도 많이 했다. 하지만 외동딸로 자란 그는 객지의 외로움을 참지 못했다. 그래서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와 이듬해 결혼했다.

    ‘일편단심 민들레’라 했던가. 조 회장은 남편 뒷바라지를 하며 평범한 주부의 일상을 보냈다. 자영업을 하던 남편은 아내의 음식솜씨가 좋아 거의 매일 집에서 식사했다.

    예쁜 딸도 낳았다. 딸아이의 귀여운 애교는 주부의 피로를 씻어줬고, 학급 반장을 도맡아 해온 딸 덕분에 학부모회 임원을 맡는 등 딸 키우는 재미도 누렸다.

    그런 딸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자 서울 방문이 잦아졌다. 빈번한 서울 방문으로 시니어 모델 단체도 알게 됐다. 정식교육 6개월과 심화과정 1년을 이수하니 청춘시절 꿈꿔온 모델의 욕망이 생겼다.

    그는 “결혼 이후 바깥 모임을 거의 하지 않는 등 가족만 바라보고 살았다”면서 “하지만 중년이 되니 갱년기가 찾아오고 우울감이 심해져 울기도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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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연 경남시니어모델협회장.


    ▲중년 여성들에 자신감 주는 ‘건강한 삶’



    마냥 울 수만 없었다. ‘뭔가 도전해 보자’는 울림이 머리를 맴돌았다. 뇌리를 맴도는 그림과 퍼즐을 조합하니 귀결은 ‘시니어 모델’. 딸아이가 보고 싶어 서울을 찾았고, 그때 모델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결혼과 동시에 포기해버린 ‘미스 모델’ 대신 ‘시니어 모델’로 인정받겠다는 목표는 조 회장을 시니어 모델대회로 이끌었다. 지난해 11월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시니어 모델대회에는 30대에서 60대의 시니어 모델 30여명이 출전했다. 최종 심사 결과 조 회장은 ‘선(善)’을 차지했다. 37년 전 처녀 시절 못다 이룬 꿈을 이뤄낸 듯 ‘자아실현’의 행복감이 몰려왔다.

    그때 조 회장은 시니어 모델의 불모지 경남에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신감 없는 시니어들, 그냥 늙어가려는 시니어들, 평생 가족만 바라보고 살아와 대책 없는 시니어들에게 자신이 느꼈던 중년여성으로서의 행복감을 공유하려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조 회장은 “사실 저소득층 시니어들은 피부관리와 취미생활 등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없어 더 우울해 하는 것 같다”며 “경남지역은 시니어와 실버층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서울·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시니어문화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조 회장은 지난 2월 28일 ‘경남시니어모델협회’를 만들었다. 자신이 느꼈던 것처럼 중년여성들이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면서 자존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저소득층 시니어들이 적은 비용으로 동참하려면 비영리단체는 필수였다.

    협회 창립 4개월 만에 회원 30여명이 모였다. 회원 80%는 조 회장과 같은 ‘가정 바라기’ 전업주부들이다. 뭔가 보여준 조 회장과 함께 뭔가 보여주고픈 욕망이 가득한 그들이다.

    조 회장이 시니어모델협회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지인들이 돕기 시작했다. 경남개발공사 인문&관광CEO과정 3기 동기인 마산m호텔 방준호 대표는 호텔 2층 웨딩홀을 교육장으로 내놓았다.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는 시니어모델협회와 협약을 맺고 시니어들이 창원 원도심 재생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조 회장은 “저희 회원들이 모두 미인은 아니다. 가정에서 남편과 자식 위해 살다 정작 나를 돌아볼 수 없었던 시니어 여성들이 지금이라도 자아를 성취하면서 행복하게 살수 있도록 모든 여성에게 문호를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를 아름답게 가꾸는 ‘봉사의 삶’

    협회를 만든 후 곳곳을 돌아다니며 봉사도 많이 했다.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을 예쁘게 꾸며드리기도 하고, 준비한 음식을 챙겨드리면서 애교를 떨기도 했다. 팔룡동의 한 찜질방에서 마련한 어버이날 패션쇼와 양곡동 주민자치센터의 패션쇼 봉사 때는 어르신들이 보내준 뜻밖의 환호로 시니어 모델들이 놀라기도 했다.

    조 회장은 매주 화요일 실시하는 회원들 훈련시간에 어르신 10명을 포함시켰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신나는 워킹, 건강한 실버’ 프로젝트에 선정된 65세 이상 어르신들이다. 창원에서, 김해에서, 부산에서 달려온 어르신들은 지난 20일부터 오는 11월 7일까지 매주 화요일에 3시간 동안 조 회장과 회원들로부터 모델수업을 받는다. 예쁘게 꾸미기도 하고, 살랑살랑 걷는 워킹훈련도 한다. 노래교실, 방송댄스도 배우며 하하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조 회장과 회원들은 더 많은 봉사를 하고 싶단다. 기회가 되면 마산 부림시장 한복축제에서 한복을 입고 우리나라 전통의복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어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꾸미는 무대, 다문화가정과 연출하는 화합의 무대, 지방자치단체의 축제무대에 올라가 아름답고 당당한 시니어들의 활력을 과시하고 싶단다.

    조 회장은 “100세 건강시대를 맞아 당당하고 아름답게 제2의 인생을 개척하는 시니어 여성들의 모범적 모습을 기대해 주세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기자는 취재 노트북을 닫으면서 앞으로 더 많이 봉사하려면 민간단체나 기업의 메세나협회 매칭펀드 후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윤제 기자 ch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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