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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자연인- 이상규 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7-07-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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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를 자주 본다. 깊은 산속에서 아무런 얽매임 없이 사는 걸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자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자연인에 소개된 사람들은 주로 젊은 시절 사업에 실패했거나 아팠거나 또는 인간관계에서 큰 상처를 받은 뒤 산에 들어와 몸과 마음이 치유됐다는 분들이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자연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 아내는 궁상맞다고 한다.

    ▼필자뿐 아니라 40대 이상 남자들은 이 프로를 제법 보는 모양이다. 40대 이상 남자들이 자연인을 보는 이유는 뭘까. 산속에 혼자 사는 자연인들의 일상이란 게 사실 뻔하다. 게다가 장수 프로이다 보니 요즘은 TV에 소개되는 내용도 비슷비슷하다. 산속에서 혼자 만든 집을 소개하고, 집 근처 텃밭에서 농사 짓고 산에 올라가 약초 캐고 하루 삼시세끼 챙겨서 먹고 자고 하는 게 대부분이다. 어쩌다 물고기나 닭을 잡아 특별한 한 끼를 해결하고, 그의 고달팠던 인생사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대부분 진행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연인을 즐겨 본다. 아마도 직장인이라는 얽매인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현대 문명의 답답함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들은 죽기 전에 스스로 집을 지어보고 싶은 원초적인 욕망도 있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 ‘남자의 물건’ 등의 저자인 김정운 교수는 남자들이 자연인, 또는 캠핑을 동경하는 이유는 나무를 지펴서 피우는 ‘불’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자연인 프로그램엔 나무로 불을 지펴서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빠진 적 없는 것 같다.

    ▼남자들에겐 자연인이나 귀농 또는 귀촌에 대한 로망이 있지만 그걸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행여라도 자연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 아내는 “며칠도 안 돼 무섭고 외로워서 돌아올 것”이라며 핀잔을 준다. 그리고 자신은 “백화점도 있고 영화관도 있고 병원도 가까이 있는 도시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인생은 과거에 비해 길어졌고, 도심 속에서 인생의 후반부를 마치기엔 너무 답답하니 적어도 일주일에 절반 정도라도 자연인이 되고 싶다.

    이상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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