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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웨딩다이어리 (3) 상견례- 숨 막히는 세 시간, 그리고 결정

  • 기사입력 : 2017-07-03 15: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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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견례 날짜가 정해지고부터 엄마는 평소보다 무척이나 자주 스마트폰을 들여다 봤다. 시간이 날 때마다 포털사이트에 '상견례 에티켓', '상견례 무슨 말', '상견례 코디' 등 검색어를 치고는 스크롤 내리기를 반복했다. 평소 털털한 성격의 엄마에게서 볼 수 없던 긴장한 모습이었다. (일주일 앞두고는 '피부에 뭐 난다'면서 술도 안 드셨다. 물론 나에게도 금지령이 내려졌다.)
     
    엄마도 그랬는데 난 어땠을까. 수년 전 회사 면접을 볼 때 이후 그렇게 긴장한 건 처음이었다. 아니 사실 면접 때보다 더 심장이 쿵쾅거렸다. 엄마 못지 않게 나와 곰대리도 검색에 열을 올렸다. '괜찮은 식당'을 찾기 위해서였다. 때는 상견례까지 한 달가량을 앞둔 시점이었다.
     
    곰대리 부모님께서 '자신들이 우리집 쪽으로 오겠노라'고 해주셔서 장소는 김해가 됐다. (우리집에서는 곰대리네 부모님 계신 쪽으로 가겠다고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편찮으신 분이 없는 이상 자존심 세우지 않고 양쪽 다 서로 '우리가 움직이겠다'고 하는 건 기본적인 예의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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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뉴는 한국 사람이면 싫어할 리 없는 한정식으로 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김해 한정식', '김해 상견례'로 검색 끝에 중복해서 나온 평이 좋은 식당 몇 군데를 추렸다. 게시글만으로 식당을 확신할 수 없었다. 엄마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외식만 하면 맛, 양, 조미료 사용여부, 청결 등에 있어 우리 엄마가 예민하게 반응하다 보니 내가 직접 체험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상견례가 2주 남은 시점이었다.
     
    첫 번째 식당에서는 밥도 안 먹고 나왔다. 입식 테이블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식당 선택 기준은 입식 테이블이 있고, 주변이 조용하고, 별도의 룸이 있는 식당이었다.(나를 비롯해 아가씨(곰대리의 여동생)가 치마를 입을 수도 있고, 어른들도 좌식은 오래 앉아있기 불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좌식테이블에서 상견례를 했다. 식당 측에서 예약을 받을 때 오류가 생긴 탓이었다. 곰대리가 확인 전화를 한 게 1주 전이었고 다른 식당을 구할 수 없어 그대로 진행했다.)
     
    두 번째 집과 세 번째 집은 유명한 만큼 음식은 괜찮았다. 결정은 주차하기 좋은 곳으로 했다. (우리집은 동네니까 상관 없다고 해도 초행길인 곰대리네가 차 댈 곳이 없어 골목을 배회하게 할 수는 없었다.)
     
    이윽고 상견례 당일. 눈을 뜨자마자 전날 골라 놓은 몇 없는 점잖은 옷을 꺼내 다렸다. 다들 어찌나 긴장을 했든지 씻고 준비를 다했는데도 2시간이 넘게 남아있었다. 그렇게 양가가 서두른 탓에 상견례는 예약시간 약 30분 전부터 시작됐다. 참석자는 군인인 내 동생을 빼고 양가 부모님과 아가씨, 그리고 우리까지 일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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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2 드라마 한 장면.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상견례에 대한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시작 전부터 쿵쾅대기 시작한 심장은 나에겐 양가 부모님들 말소리보다 더 크게 들린 탓이다.(긴장이 풀어질 즈음 곰대리 어머님께서는 '현미도 부모님 앞에 있으니까 얌전하다'릮는 농담을 하셨다. 평소와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실은 너무 숨이 막혀 개그라도 해야 하나 싶었단 걸 아실까.)
     
    양가 부모님은 내내 진심으로 서로의 자식을 칭찬했다. 자신의 자식에 대해서는 겸손을 겸하면서 말이다. (상견례에서 결혼이 깨지기도 한다는데 그건 '우리 애가 어떤 앤데' 마인드일 경우의 결과물일 듯하다.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 엄마의 연이은 겸손은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얘는 할 줄 아는게 없다'고 반복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엄마 자꾸 그러면 나 진짜 아무것도 못하는 줄 아신다'면서 앙탈을 부렸다. (지금 생각하면 조용히 있을 걸 싶었던 순간이다.)
     
    한편, 엄마가 인터넷 검색에 열을 올릴 때도 '뭘 그런 걸 검색하냐'며 전혀 긴장하지 않은 듯하던 아빠는 상견례가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었다. 상견례 전에 부모님 고향, 직업 등 상대 측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숙지한 게 도움이 됐다. 물론 곰대리와 나의 결혼 진행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어찌 3시간 동안 그것만이 주제일 수 있겠나.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묻고, 같은 연배라면 어린시절의 추억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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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에 대해서는 예물, 예단 등 상견례 전 우리들을 통해 어느 정도 논의됐던 부분들만 확인하는 수준이었다.(처음에 나는 예물, 곰대리는 예단을 필요없다고 여겨 우리끼리 합의를 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부분은 생각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였다. 때문에 우리의 생각을 상견례 전에 양쪽 부모님과 충분히 논의했다.)
     

    상견례 식당은 무조건 입식 테이블이 있는 식당으로 추천하고 싶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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