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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나는 당신이 지난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이학수(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7-07-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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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 출연기관장 A씨는 지난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카카오톡으로 선거에 관여했다. 그는 지인에게 3월 중순 ‘자유한국당 후보 여론조사 사이트 가서 투표하세요’ 독려 문자를 보냈다. 4월 초에는 ‘홍준표 후보가 걸어온 길’ 이라는 블로그 글을 링크했다. 본격 선거운동 기간인 4월 중순에는 ‘홍찍자’ 로고가 들어간 후보자 방송연설 일정을, 4월말에는 홍 후보의 대표공약을 안내한 공보물을 보냈다. 선거 하루 전날에는 ‘준표로 뒤집자’ 구호가 들어 있는 후보자 방송연설을 안내하며 참여를 유도했다. 경남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 결과 앞의 두 사례는 정당활동으로 보이지만, 뒤의 세 사례는 특정인의 당선을 목적으로 한 선거운동이 명백하다고 해석했다. A씨에게서 이 문자를 받은 사람은 자유한국당 당원도 아니다.

    A씨는 지난해 경남도의 공모 절차를 밟아 출연기관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그는 앞번 총선에서 홍 전 지사의 측근인 윤한홍 후보 측 캠프에 몸을 담아 당선에 기여했다. 그 공로였는지 몇 달 뒤 출연기관장을 꿰찼다. A씨는 내년 지방선거에 시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인물이다. 대선에 출마한 홍 후보 당선을 위해, 그는 이런 식으로 숨길 수 없는 본능을 드러냈다.

    공직선거법에는 공무원 등의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방공사·공단의 임원이 포함된다. 따라서 경남도의 출자기관장은 선거운동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할 수 없다.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은 도가 주로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도지사가 대표를 임명한다. 출자기관은 공기업이나 주식회사 형태로, 출연기관은 재단법인으로 운영될 뿐 별 차이가 없다.

    문제는 A씨처럼 출연기관장의 선거운동이 가능한가 여부다.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85조2항)을 들어 정부지분 50% 이상의 공공기관 상근임원이거나 지방공사·공단 임원이 아니라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A씨가 지방공사·공단 임원이 아니라면 선거운동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선관위는 지방정부의 공공기관 일부만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합리적 근거에 대해서는 답변을 유보했다. 입법부의 판단이란다. 선거사무를 관장하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물었다. 입법조사관은 입법취지로 볼 때 지자체 출연기관장을 출자기관장과 달리 특별히 선거운동을 허용할 대상은 아닌 것 같아 입법 미비로 보인다고 했다.

    홍준표 전 지사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심야 사퇴로 도지사 보궐선거를 없앴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이 궐위되면 ‘지체없이 선관위에 통보’해야 하는데, 자치단체장의 경우 ‘지체없이’란 문구가 없다. 홍 전 지사가 입법의 맹점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꼼수사퇴’ 지적을 받았다. 위법은 아니지만, 상식으로 보면 충분히 지탄받을 수 있었다.

    선출직 주변에서 선거를 도와주고 공직을 차지하는 정무직들을 우스갯소리로 ‘고위험 고수익’ 구조라고 한다.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주군이 당선되면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군이 떠나고 난 뒤 그가 임명한 출자·출연기관장들이 여전히 자리를 버티자 말들이 나오고 있다. A씨의 선거운동이 적절했는지 다시 떠올려본다.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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