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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분노조절 장애- 조윤제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07-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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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양산지역 건설현장에서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한 주민이 아파트 외벽 작업자의 생명줄을 잘라 추락사하게 만든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건 자체가 너무 어이없기도 하지만 추락사한 노동자가 어린 5남매와 아내를 먹여 살려온 외벌이 가장이라는 애처로운 처지가 알려지면서 상실감이 더 큰 것 같다. 숨진 노동자의 딸들은 “하늘에서도 나 잘 지켜봐 줄 거지? 사랑해요 아빠, 여기서는 너무 고생하면서 살았으니까 올라가서는 편하게 아프지 말고 있어!!”라는 편지를 남겨 세간을 울리고 있다.

    ▼인천에서는 10대 소녀가 초등생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져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사건은 소녀 한 명이 단독으로 살해했다고 하더니 또 다른 10대 소녀를 살인교사자로 지목함에 따라 검찰이 지목된 소녀에 대해 살인교사혐의를 추가할지 검토 중이다. 여린 소녀가 더 여린 초등생을 무참히 살해하고도 반성은커녕 사이코패스 증세를 보이고 있다니 우리가 이미 분노를 추월한 사회에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분노를 추월한 사회적 징후는 이뿐만 아니라 대학교수에게 사제 폭탄을 배달한 한 조교의 사건이나, 금품을 뺏기 위해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사건에서 충분히 목격할 수 있고 더 많은 사건을 내재하는 듯해 무서움이 밀려온다. 40대 여성 살해사건 범인 3명 중 2명이 3일 오전 서울에서 잡혔다고 하니 그나마 국민들의 불안이 조금 줄겠지만 경찰은 이들의 살인 동기 등 사건 전모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우리는 분노조절 장애라는 용어를 많이 접하면서 분노는 조절될 수 있다고 믿었다. 당연 분노 조절을 위해 각종 의료기관에서 이와 관련한 특강을 많이 열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상업 공간’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조절이라는 긍정적 기능을 잃어버린 듯한 현실에서는 체계적 점검과 특단의 대책이 더 절실한 것 같다. ‘도덕과 윤리’가 필수과목이 아니라 ‘선택’이 된 우리 사회에서는 특히 절박하다.

    조윤제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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