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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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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 왜 지방분권 개헌인가

“수도권 집중 막고 지방이 주인되는 지름길”
비대한 중앙정부 제기능 못해
문제 해결능력 상실·정책 실패

  • 기사입력 : 2017-07-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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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분권 개헌(헌법 개정)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연방제에 맞먹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방은 20여년 전부터 왜곡된 ‘서울공화국’에 맞서 지방분권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하지만 수도권 중심론자들은 돈과 정보, 권력을 이용해 지방의 목소리를 묵살해 왔다.

    “한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 선택은 모든 한국인뿐만 아니라 향후 수십 년 동안 자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인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타인에 의해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선택은 다름 아닌 종속국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선도국가로 남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선택은 반드시 조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1928~2016)가 지난 2001년 6월 7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전달한 한국인을 위한 보고서 ‘위기를 넘어-21세기 한국의 비전(BEYOND THE CRISIS: KOREA IN THE 21ST CENTURY)’ 서론에 나오는 글이다. 토플러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의 산업구조를 비롯해 정치, 교육, 정부 시스템을 모두 근본적으로 바꾸라고 조언했다. 특히 경제개발 시대에 효과를 봤던 중앙집권적 관료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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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8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 주최 지방분권 개헌안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지방분권 개헌 추진에 역량을 집중시켜나갈 것을 결의했다./매일신문/



    ◆중앙집권의 비효율= 개발시대 중앙정부는 효율적 국가 운영으로 경제 규모 11위의 선진국 문턱까지 나라를 끌고 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비대한 중앙정부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했다. IMF 사태, 카드 대란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500만명 양산, 저축은행 부실 사태, 세월호 대응, AI 확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사드 논란 등 일일이 들 수 없을 정도로 국가의 정책 실패가 잇따랐다.

    국민의 삶의 질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공정하지 못한 기득권자의 갑질, 3만달러를 넘지 못하는 1인당 국민소득, 대책 없는 청년 및 노인 실업, 결혼율 급감, 저출산·고령화 확대, 가정 붕괴로 인한 1인 가구 확대,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한 공교육 붕괴, 정규직·비정규직 양극화 등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실제 UN이 조사한 세계행복지수 통계에서 우리나라는 2015년 47위, 2016년 58위, 올해 56위를 기록했다.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3년간 단연 1위다.

    부패지수도 높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지난해 국가별 부패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국가청렴도)에서 176개 조사 대상국 중 우리나라를 52위에 올렸다. 2015년 37위에서 15단계가 추락했다. 갈등지수도 OECD 27개 국가 중 터키에 이어 2위다. 이로 인한 갈등 해결 비용만 1년에 82조~246조원에 이른다.

    ◆헌법의 실패= “경제와 정치의 실패는 궁극적으로 헌법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정치 개혁은 헌법 개혁으로 이뤄져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헌법경제학 창시자 제임스 뷰캐넌(1919~2013)의 말이다. 그는 1996년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앙정부의 권력을 가능한 한 분산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정치적인 룰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들이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이뤄지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1987년 개헌 이후 30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30년 전과 지금은 전혀 다른 세계다. 30년 동안 세계는 민족국가에서 세계화로,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 예측 가능 사회에서 예측 불가능의 위험사회로 진입했다. 국민소득도 1987년 3300달러에서 2015년 2만7000달러로 8배 이상 증가했다.

    독일은 1949년 이후 60여 차례 개헌을 했고, 스위스는 1848년 이후 150여 차례 개헌을 했으며 미국은 1787년 헌법 제정 이후 18차례에 걸쳐 개정을 했다. 주 헌법 개정까지 감안하면 매년 헌법을 개정하는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우리나라는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9차례 개정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개정을 자주 하는 국가가 경제적으로 더 발전되고 정치적으로 더 안정됐다”며 “우리나라는 세상이 달라졌는데 내비게이션이 30년 전에 맞춰져 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왜 지방분권 개헌인가=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국가기능 회복을 위해서 지방분권 개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중앙집권 시스템에서 중앙정부는 업무의 과부하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지방정부는 손발이 묶여 일할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중앙정부는 국가 전체의 과제에 집중하고, 작은 문제는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방에 권한과 결정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지방분권 개헌은 필수 과제다. 실제 선진국인 스위스, 미국, 캐나다, 벨기에, 영국, 독일 등 지방분권이 잘된 국가가 소득수준도 높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지방분권이 되면 지방정부는 여타 지방과 경쟁을 해야 한다. 인구를 늘리고 기업을 유치해야 생존할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세금을 낮추고 서비스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방정부를 이끌 수밖에 없다.

    통일 준비를 위해서도 지방분권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분권에는 연방제 시스템이 녹아 있다. 미국, 캐나다, 독일 등은 연방제를 통해 국가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통해 자연스레 통일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조정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변호사)는 “소수의 의사 결정 구조로는 현재 국가 운영을 이끌어 갈 수 없다. 대통령에 집중된 의사결정 시스템은 우리의 국가 상황을 타개하거나 조율하는 데 부적합하다. 다수의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지방분권의 요구이고 핵심”이라고 했다.

    한신협·매일신문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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