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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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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자격’ 논란

타지역서 대학 졸업하면 제외돼
“역차별”·“불합리하다” 반론 제기
지역출신 의무할당 ‘위헌’ 지적도

  • 기사입력 : 2017-07-0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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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제가 취업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지역인재’ 자격요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공공기관이 있는 고교·대학 출신 우선 고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혁신도시법’ 개정안을 속속 발의하고 있다. 다만, 그 지역에서 태어났더라도 타 지역에서 최종학교를 마친 경우 ‘지역인재’에서 제외하는 규정은 현행대로 유지했다. 이를 놓고 역차별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지역내 최종학교 졸업자를 일정비율 의무적으로 공공기관에 채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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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지역인재’ 자격요건 논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 제29조 2항에는 이전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지역에 소재하는 지방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졸업 예정인 사람을 우선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전 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다른지역에서 대학교를 졸업했거나 졸업예정인 사람은 우선 고용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명시했다.

    최근 국회에 잇따라 발의된 혁신도시법 개정안은 지역 고교·대학 졸업생을 ‘우선 고용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30~40% 정도 ‘고용 의무화’ 하도록 했다.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역의 인재 채용을 장려하기는 하지만 의무가 아닌 권고조항에 그쳐 현재 이전지역 인재의 채용률이 10% 안팎에 머무는데 따른 조처다.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30% 할당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원래 혁신도시 사업을 할 때 (지역인재 채용할당제가) 방침이었는데, 들쭉날쭉하다”며 “공공기관마다 20%대를 넘어선 곳도 있고 10%도 안 되는 곳도 있는 등 편차가 심한데, 적어도 30%선 정도는 채용하도록 확실히 기준을 세우든지 독려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공약 이행 의지를 보인 뒤 국토교통부는 할당제 의무화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지역인재 자격요건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현행법대로라면 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지역 대학에 진학한 경우는 지역 인재에 해당되지 않는데다, 역으로 그 지역 출신이 아니더라도 해당 지역 대학교를 졸업하면 지역인재에 해당하는 규정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진주에서 고교를 마친 후 서울 명문 사립대학교에 다니는 딸은 둔 S모(57)씨는 “진주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졸업했는데 단지 대학을 서울서 나왔다는 이유로 지역인재 우선 채용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지역인재 기준을 최종학교에만 두지 말고 서울권 대학 출신도 다시 지방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포괄적인 기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장기적으로 서울에 몰려 있는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반론도 팽팽하다. 특히 지역인재 할당제는 지방대학 기피와 무조건 ‘인(in) 서울’ 대학에 진학하려는 풍토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지역출신 의무할당 위헌 논란= 지역인재 의무 채용을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위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라는 설명이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공약했지만, 이후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채용장려제’로 방향을 바꿨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공공기관이 15~34세 청년 미취업자를 매년 정원의 3%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시행령’을 합헌으로 결론내렸다. 다만, 위헌 의견이 5명으로 합헌 의견 4명보다 다수였으나 위헌결정 정족수(6명)를 채우지 못해 가까스로 기각했다. 위헌 결정을 한 5명의 재판관은 “공공기관은 준국가기관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직원을 채용함에 있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능력주의에 입각해 일반 국민에게 공정한 취업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피해 최소성 원칙 위배로 봤다.

    이에 지역이전 공공기관 의무 채용 역시 위헌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지역인재 채용 권고만으로는 혁신도시법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6년 최근 3년간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신규 채용자 2만7645명 중 지역인재 채용은 3330명으로 고용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정부 권고치 35%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위헌 논란을 피하면서 의무채용을 유도하기 위해 지역인재 채용 기준을 이행한 공공기관에 경영평가 시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기준에 미달한 공공기관에 페널티(벌칙)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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