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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자영업자 생계는 누가 보장해주나- 유창근(영산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07-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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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대선공약을 했는데 이번 협상에 참여한 근로자위원들은 당장 내년부터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경제이론이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저임금 노동자 못지않게 열악한 형편에 놓인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초과하는 임금을 지불하는 공공부문, 대기업, 중견기업 등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지불하는 영세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그대로 받게 된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84만명이고 매출 감소로 세금을 못 내는 사업자도 121만명이나 된다.

    자영업자, 그들은 과연 사업자인가? 그 대답은 소득이 주로 어디에서 발생하는가에 달려 있다. 경제학적으로 소득은 생산요소를 제공하는 대가로 발생한다. 자영업자는 자본, 노동, 토지, 기술 등 자신이 보유한 다양한 생산요소를 투입할 수 있기에 여러 생산요소의 복합적 소득을 얻는다. 고소득 전문직인 경우 기술과 면허가 소득의 주된 원천이 되고 자신의 건물에서 영업한다면 임대료도 소득원이 되고 시설과 장비를 많이 투입하는 경우 이자나 배당에 해당하는 소득도 발생한다. 560만명 자영업자의 대부분인 영세 자영업자는 기술이나 면허와 같은 진입장벽이 없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있고 따라서 이윤을 얻기 힘들다. 약간의 자본을 투입하지만 사업 밑천이 될 뿐 의미 있는 소득원이 되지 못한다. 비싼 임대료를 내는데 장사가 잘되면 건물주가 계속 임대료를 올린다. 사업 노하우가 없어 프랜차이즈 자영업을 하게 되면 수입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납부해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의 평균소득은 임금 노동자의 평균소득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영업자가 버는 돈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에 불과하거나 그것마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창업에 나서게 되는 것 자체가 일자리를 잃거나 마땅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서이다. 소득의 원천이나 창업의 동기에서 보면 그들은 사업자가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라고 봐야 한다. 노동자와 차이가 있다면 사업자라는 신분 때문에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일자리를 잃고 자영업에 나서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임대료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과도한 임대료 인상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독과점사업자가 결정하는 높은 서비스 이용료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자영업자의 생계를 압박해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것은 자영업자들을 장시간 노동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 경우 최저임금은 효율적이지도 공정하지도 못하다. 저소득층 지원을 저소득층한테 떠넘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보다는 정부가 그동안 성과 없이 일자리 창출에 쏟아부어온 예산으로 저임금 근로자를 직접 지원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나아가 과도한 임대료와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사회적 약자인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고용을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함으로써 일자리가 없어 자영업에 뛰어드는 현상 자체를 바로잡아야 한다. 선진국 평균의 2.5배에 달하는 자영업자 비율을 대폭 낮추어야만 자영업자는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가 되고 최저임금 인상을 수용할 여력도 생길 것이다.

    유창근 (영산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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