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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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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노량대교(露梁大橋) 또는 노량대첩교- 최영욱(평사리문학관장)

  • 기사입력 : 2017-07-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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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에 삼도수군통제사를 겸하라는 교서와 유서를 받았다. 나는 황감하여 숙배를 마친 뒤 서장(書狀)을 봉해 올린 뒤 하동의 두치로 향하였다. 무술년(1598년) 9월 열엿새엔 남은 전선 12척으로 명량에서 적을 맞아 크게 이겼다. 나는 부산포와 사천, 그리고 순천의 적들이 세를 모아 노량에서 집결, 저희들 나라로 돌아간다는 첩보를 입수, 내 죽음의 자리인 노량으로 발진했다. 나와 민족의 원수들을 곱게 돌려보낼 순 없었다. 나는 거기서 쓰러졌다. 나는 나의 검명(劍名)에 충실했다. 한 번 휘두르니 적의 피가 산하를 물들이는구나(一揮掃蕩 血染山河).”

    이 글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중 정유재란의 마지막 부분을 발췌해 필자가 구성해본 것이다.

    눈치 빠른 독자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짐작할 것이다. 하동 노량에서 남해 노량을 잇는 연륙교의 명칭을 놓고 이웃 간 공방이 치열하다. 큰 이름은 이웃 광양과 여수에 빼앗기고, 당연한 명칭인 ‘노량대교’를 놓고 사소한 지역주의에 붙잡혀 있는 꼴이다.

    몇 년 전 경남도에서 펼쳐진 장군에 대한 일련의 사업들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거북선 복원에 수입 나무를 썼다거나, 거북선 찾기 사업, 이순신 밥상 같은 사업이 그것이다. 참으로 분노해야 할 일이다. 장군의 이름을 딴 사업들은 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그 큰 이름이 관련된 사업들이 몽매한 장사치들의 배를 채우게 해서야 되겠는가. 명칭을 정하거나 의논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자기 고장의 ‘관광상품’으로 이용하려는 얄팍함과 몽매함을 버리고 어떤 명칭이 장군의 업적에 걸맞는지 따져야 한다. 모든 국민이 수긍할 만한 명칭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장군께서 스스로 독전의 북을 치시던 독전의 바다, 약탈과 굶주림에 7년을 시달렸던 민중의 눈물들을 화살에 쟁인 대첩의 바다, 마침내 적의 총탄에 쓰러지셨던 죽음의 바다, 아니, 성지의 바다가 아닌가. 여기가 바로 노량이고 노량바다다. 이 바다를 가로지르는 또 다른 다리의 이름은 장군의 마지막 대첩을 기리는 ‘노량대교’ 또는 ‘노량대첩교’라 명명함이 마땅하다.

    최영욱 (평사리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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