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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을 기다리며 - 배한봉

  • 기사입력 : 2017-07-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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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향해 오래 걸어온 자들의 골수가 모인 곳



    잠든 수련 이마에 물은

    나지막한 숨결의 문장紋章을 보낸다



    그 문장엔

    꿈꾸는 자의 닳은 무릎 뼛가루가 묻어 있다



    그것을 우리는 물안개라 부르고 그리움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까 저 고요한 저수지는



    꿈꾸는 자들의 푸른 내심內心이 만든 것



    물컹한 관념을 관통한 뿌리와 이파리의 화살촉이

    실은 수련이라는 것



    너를 기다리는 죽은 말들이

    떼 지어 시커멓게 날아다니는 혼돈의 시간을 건너

    팽팽하게 떨려오는 어떤 힘들을

    나는 만다라 문양 같다고 말하려다 그만둔다



    위독할수록 사랑은 더 간절해지는 법이다

    ☞ 수련의 계절입니다. 초여름부터 흰색에서 붉은색까지 다양한 색깔로 꽃을 피우는데, 낮에 피었다가 저녁에 접기 때문에 잠자는 연꽃이라는 뜻으로 수련(睡蓮)으로 부릅니다

    시인은 ‘잠든 수련 이마에 물은 나지막한 숨결의 문장紋章을 보낸다’고. ‘꿈꾸는 자의 닳은 무릎 뼛가루가 묻어 있다’고. 그것을 일러 ‘물안개와 그리움이라’고 합니다. 또 ‘꿈을 향해 오래 걸어온 자들의 골수가 모인 곳’에서 ‘청순한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수련을 만나지만, 정작 시인이 기다리는 것은 화살촉 같은 한 개의 수련, 즉 혼돈의 시간을 건너온 만다라 문양입니다. 그대에게는 어떤 만다라화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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