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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탈(脫)원전, 우리 국토에 부합하는 정책인가?- 정삼석(창신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 기사입력 : 2017-07-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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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국가다. 한국이 보유한 에너지 자원은 연간 필요량의 18%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한다. 하물며 에너지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에너지자급률 60%의 3분의 1 수준도 되지 않아 지금껏 비용이 적고 효율성이 높은 원자력 정책을 지속해 왔다.

    최근 새 정부는 기존 원자력 에너지 정책을 탈피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후속 조치로 공사 투입비와 향후 보상비 등 총 2조6000억원의 손실이 있음에도 지난달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며, 앞으로 3개월 여론수렴을 거쳐 시민 배심원단이 결정하겠다고 했다.

    반면 에너지 전공교수 230명은 향후 책임도 질 수 없는 소수 배심원단 비전문가가 탈(脫)원전을 결정하는 것은 졸속정책이라며 반발했다. 이어 미시간대 등 외국대학을 포함한 공대 교수 417명이 “값싼 전기를 통해 국민에게 보편적 전력복지를 제공한 원전 말살은 제왕적 조치”라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최근 타임지가 선정한 대표적 환경운동가의 미국에너지환경단체와 히로시마 원폭투하 과정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과학자·환경운동가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으로 온난화에 대응하자고 정부를 직접 찾아 서한을 전달했다. 한국이 뛰어난 원전기술과 원자력계의 선두국가 자리를 포기한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했다.

    상반된 두 주장의 근간에는 동의한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과 관련된 친환경에너지로, 기존 원자력에서 환경오염이 적은 에너지정책을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화석연료를 재활용하는 신에너지는 우리나라가 자원빈국이기에 수입의존도가 높다. 우리나라 면적 약 10만㎢ 중 임야는 76%, 가용토지는 5.6%에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의 대표 격인 태양광과 풍력을 얻기 위해서는 임야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태양광은 원자력의 12배, 풍력은 58배의 땅이 필요하다. 탈원전의 찬반 여부를 떠나 대체에너지를 위한 공간 확보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 이를 간과하고 정부나 원자력 전문가는 단지 원전의 폐해와 장점에 국한되어 찬반을 논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현행 국토 관련 공법(公法)으로는 태양광 집전기와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하고 규제가 많아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부는 현행 국토관련법으로 산지표고, 경사도, 임상도 등을 감안해 신재생에너지 설치를 위해 확보가능한 공간과 생산 가능한 용량이 얼마인지 예측하고 탈원전을 발표했는지 궁금하다. 정부가 원자력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국회나 정부, 지자체의 법령과 시행령, 조례를 개정하지 않고 현행 규제로는 대체공간과 시설투자가 어렵다. 또 지자체마다 국토 관련 조례 허가기준이 들쭉날쭉하고 해당 주민의 피해와 반발도 심하다. 그럼에도 원자력은 위험하고 신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니까 “당장 탈원전하자”고 정책을 선포하는 것은 너무나 졸속정책이 아닌가 싶다.

    친환경적인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반대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영국도 원전 증설을 추진하고 일본은 원전 재가동을 시작했으며, 대만도 재가동을 발표했다. 세계에 원자력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최고기술의 나라에서 임기 5년의 정부가 막연한 피해의식을 부추기면서 에너지 백년대계를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인가? 전기료가 한국의 3배 수준인 독일이나 유럽 국가들도 탈원전의 사회적 합의까지 수십년이 걸렸다. 정부는 하루아침에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 시설을 중단하고 탈원전을 선포하는 것은 에너지 대란과 비용 등을 감안하지 않은 장밋빛 함정이고 안일한 결정이다. 목표부터 세워놓고 현실을 끼워 맞추려는 정책은 결코 합리적 방법도 아니고 성공할 수도 없다.

    정삼석 (창신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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