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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우리 미운 새끼-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 기사입력 : 2017-07-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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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님 이야기를 못하게 하려고….” 살인의 이유였다. 범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부모 이야기를 꺼내자 욱하는 마음에 입을 막으려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지난 7일 ‘창원 골프연습장 여성 납치살해 사건’ 현장검증에서 심천우가 밝힌 살해 동기다. 뉴스를 보다 ‘부모’라는 단어가 목에 걸렸다. 순간 그의 부모를 생각했다. 살인범 아들이 생긴 부모, 모두가 악마라며 손가락질하는 아들을 둔 부모다. 지금 그들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책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의 저자인 수 클리볼드는 ‘나는 누구보다 내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는 문장으로 서문을 연다. 집에서 더없이 착했던 그녀의 아들은 17살에 1999년 콜롬바인 총기참사로 13명을 죽이고 자살한 희대의 악마가 됐다. 그녀는 16년간 속죄와 회고를 반복하며 그 사건을 이해하려 한다. 결론은 “자식을 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는 인정이었다. 책은 많은 논란과 비난의 중심에 섰지만, 자식의 죄를 회피하지 않고 책임지려 한 ‘가해자 엄마의 자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최근 국내에서는 가해자 부모들의 비뚤어진 자식사랑이 지탄받고 있다. 인천 초등생 살인범인 김양의 수감소에 부모가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증 관련) 서적을 넣어줬다는 소식에 사회가 분노했고, 여중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자식들의 형량이 늘었다고 재판장에서 항의하는 부모들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여씨춘추 거사편에 따르면 묵가 복돈의 아들이 진나라에서 살인을 저질렀다. 혜왕이 복돈의 연로함 등을 이유로 사면하려 하자 그는 “무릇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지 않도록 금지하는 것은 천하가 다 함께 지켜야 하는 공법이다”며 아들을 사형시켰다. 과연 복돈이 옳았던 걸까. 알 수 없다. 다만, 끔찍한 참사 후에도 같은 동네에 살면서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자식의 죄에 책임지려 했던 수 클리볼드의 삶에서 가해자 부모의 길을 고민해 볼 뿐이다.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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