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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 전강준 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7-07-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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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대학 예능 지원자들은 커튼으로 가려진 장벽 속에서 피아노 등 실기를 해야만 했다. 유명교수 밑에서 사적으로 배운 것이 입시비리로 이어지자 이를 근절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커튼이 학생과 심사위원 사이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커튼이 가려졌다고 해서 모를 리가 없었다. 무대에 오를 때 헛기침이나 발소리도 상호간 의사전달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당시 커튼 장막이 입시의 공평성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은 높이 살 만했다.

    ▼ 올 하반기부터 332개의 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된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은 학력, 출신지, 신체조건을 입사지원서에 기재하지 않는 것으로, 채용 단계에서 편견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1980년대 이후 학벌과 스펙 등 배경이 취업의 기준이 되면서 소위 흙수저와 지방대 출신이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최소 수도권 대학 못 가면 실패한 인생으로 취급받았고,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다는 것은 사치스런 생각이 됐다.

    ▼ 하지만 개천에서 수많은 용이 날 수 있는 이 블라인드 채용이 순조롭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오히려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고, 더욱 심한 것은 사진업계가 이력서 사진부착 금지에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증명사진 촬영이 사진관 수입의 60~70%, 취업용 사진은 전체 40% 수입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정책을 원점으로 재검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어느 정책 하나 만만치 않겠지만 블라인드 채용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대학뿐만 아니라 생활도 서울 중심이 아니면 허드레에 불과한 실정이다. 가정형편이 좋은 자녀들의 스펙 쌓기와 몸속까지 배어 있는 대학의 서열화, 지방대학생은 대기업, 공공기관 등 취업조차 이룰 수 없는 현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오죽했으면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단어가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에 섭섭함이 앞선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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