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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스몸비(Smombie)- 김희진 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17-07-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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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이맘때쯤 좀비 쇼크로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부산행’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 영화의 흥행 요소는 사실감 넘치는 ‘한국판 좀비’였다. 외국영화 속 괴기스럽고 느릿느릿한 모습의 좀비와 달리 빠르고 난폭한 한국판 좀비들은 내게 무척 공포스러웠다. 관람 직후 일제히 극장 밖으로 쏟아져 나가는 앞뒤옆 사람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던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산행에서 좀비들은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정상인만 보면 사납게 달려들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초점 없는 눈으로 어슬렁거린다. 그런데 요즘 거리에서 영화 속 좀비 같은 사람들과 자주 마주한다. 스마트폰에 온 정신이 팔린 채 걷는 사람들 말이다. 이들을 스몸비(Smombie)라고 한다.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에 빠져 외부와 단절된 채 좀비처럼 사는 사람들이란 뜻이며 2015년 독일에서 처음 사용됐다.

    ▼스마트폰을 잠시도 놓지 않는 요즘 사람들은 걸으면서 메시지를 보내고, 드라마·음악 감상, 검색·SNS, 심지어 게임도 한다. 스마트폰에 한눈을 팔아 행인과 부딪쳐 기분을 상하게 하고, 걷는 스몸비가 맨홀에 빠지고, 낭떠러지에서 추락했다거나 운전하는 스몸비가 보행자를 덮쳤다는 끔찍한 사고가 뉴스에 종종 나온다. 이처럼 스몸비로 인한 사고는 매년 1000건 이상 발생하면서 사회문제화됐다.

    ▼스몸비 사고 예방책 마련은 세계 공통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싱가포르·네덜란드·독일 등은 횡단보도 바닥에 LED신호등을 설치했고 미국 뉴저지주는 스몸비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이 제출됐으며 서울시는 도심에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경고판을 달았다. 스몸비를 두고 규제와 자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쓰는 요즘 누구든 스몸비의 피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누구에게도 남을 위험에 빠뜨릴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김희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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