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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농사지을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김종덕(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17-07-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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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를로 페트리니 슬로푸드 국제협회 회장이 우리나라에 와서 2010년, 2015년 고려대와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특강한 후 “졸업 후 농사를 지으러 갈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한 적이 있는데, 두 학교에서 손을 든 학생은 강의를 들은 학생의 1%였다. 특히 서울대에서는 농생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는데도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

    대학생들의 농업에 대한 무관심은 대학생 탓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영농의 힘든 사정이 바로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우리나라 농가 연간 평균 농업소득 1000만원이 보여주듯이 농민이 영농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오래전부터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도 농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마지못해 농사를 짓고 있다. 가끔 언론에 억대 농부가 소개되고, 젊은이가 귀농해 성공한 사례가 보도되고 있지만, 그것은 극히 소수 농민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귀농과 귀촌이 늘고 있지만, 귀농자의 경우 농지가 비싸 농지를 마련할 수 없는 형편이다. 농지를 구입하지 못할 경우 지주로부터 농지를 임대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으나 그렇게 하면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기가 더 어렵다. 농업과 농촌을 살리고자 의욕을 갖고 영농현장에 간 귀농자 상당수가 귀농 연착륙을 하지 못해 상당수가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고, 이런 사실을 아는 젊은이들이 영농을 평생 직업으로 택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요즈음은 농고 졸업생, 농생대 졸업생들이 전공을 하고도 농업과 농촌이 아닌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 젊은이들이 귀농해 영농할 때 부딪히는 이러한 사정을 무시하고 청년들에게 무작정 영농을 권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농민들이 점점 더 농사짓기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생명의 보루인 농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농업은 반드시 지켜야 할 공공자산이기 때문이다. 또 농업은 식량 공급 이외에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농업을 포기할 수 없다면, 농업을 지키는 주력을 키워 거기에 영농을 맡기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현재 농업의 담당자인 고령화된 농민들을 감안하고, 점증하고 있는 도시 청년 실업을 생각할 때 도시 청년들이 농업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청년들이 농업을 담당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농사지을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하나의 방안은 농사짓는 젊은 사람들에게 기본 소득을 제공해, 낮은 농업소득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농업을 지키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농민들의 역할을 평가한다면, 그렇게 할 명분은 충분히 있다. 이미 일본 등에서 비슷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소비자들이 농업을 지키기 위해 음식을 가치로 접근하고, 젊은 농민들에게 더 많은 몫이 돌아가도록 농민과 소비자들 간에 직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지금 농업소득이 낮은 것은 농산물 판매액에서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농산물에 더 많이 지불하고, 직거래 등을 통해 농민들의 농업소득이 늘어나게 되면,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농사를 짓고자 나서게 될 것이다.

    청년이 농사에 관심을 갖고, 농사짓고자 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다. 청년들이 영농을 선택할 수 있도록 농사에 비전이 있어야 한다. 농사짓는 일이 존중되고, 보람도 있어야 한다. 보다 많은 청년들이 농업과 농촌에서 희망과 미래를 찾도록 국가와 사회에서 대책을 만들고, 이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

    김종덕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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