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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갑질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기홍(거제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7-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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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한(65) 종근당 회장이 운전기사 폭언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인 지난 14일 서울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이 회장은 “상처받으신 분을 위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평생 욕설질을 해놓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하루 만에 사과하는 이 사람에게 최소한의 진정성이라도 있을까.

    갑질하는 자가 이 회장뿐이겠는가. 갑질의 횡포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촘촘이 박혀 있는 것 같다.

    어느 국가든, 사회든, 개인이든 갑질이 있지만 특히 한국에서의 갑질이 심하고, 줄어들기도 참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25전쟁으로 폐허가 돼버린 땅이 한강의 기적으로 ‘짧은 시간’에 옥토로 변했다. 집, 차, 밥상, 술상 등을 보면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다. 이는 졸부가 많다는 것이다.

    먹고사는 데 바빠 자신은 물론 자식의 인격과 문화적 가치 형성에는 소홀했다. 국가의 교육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한국의 대학 입학 시험에서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한 문화와 예술은 쏙 빠져 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중시해야 할 이 분야는 내팽개쳐버린다. 이러니 ‘어떻게 하면 직원이 행복한 직장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딴 나라 일이고, 종근당의 이 회장처럼 ‘배부른 돼지’만 날뛰고 있는 것이다.

    크고 작은 지도자급 인사 가운데 휴먼, 지성 등이 몸에 밴 사람은 얼마나 될까. 20년 전 필자가 경제부 기자 때의 일이다. 누구나 다 아는 마산의 모 기업을 방문해 회장 아들인 30대 후반의 A전무와 대화를 나누던 중 50대 상무가 들어왔다. 전무는 10여 살 많은 상무를 반말로 나무라며 지시를 했다. “그 상무님은 가장이고, 자식에게는 자랑스런 아버지일 텐데….” 그때의 트라우마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당시 그 전무는 지금도 별달리 변한 게 없다고 한다. 같은 시기,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소니전자 운전기사로부터 들은 얘기다. “제가 모시는 장병석 회장님은 저를 항상 생사를 함께하는 동지로 생각합니다. 퇴직 때까지 모시고 싶습니다”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

    ‘보스’와 ‘리더’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사례다. 상습적으로 갑질을 해대는 사람은 그저 저질일 뿐이지, 보스 기질도 없다.

    또 당시 마산에서 창원으로 본사를 옮긴 향토기업 B회장의 승용차를 함께 탄 적이 있었다. 젊은 기사에게 퍼붓는 B회장의 언행이 종근당의 이 회장과 다를 바 없었다. 작년에 갑질 횡포로 B회장이 공식 사과한 것이 보도됐다. 나아졌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경남스틸 대표이사이자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인 최충경 회장은 도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많이 뽑혔다. 회사와 상공회의소 직원들에 대한 그의 배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철저한 기업 마인드를 가진 그는 기업인이지만 그 이전에 문화와 예술, 그리고 인격으로 중무장돼 있는 인물이다. 그 회사 직원들은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하 직원은 짓밟고 상관에게 아첨하는 사람도 갑의 횡포다. 지도자급의 상당수 사람들은 “그 사람이 부하직원에게 아무리 악독하게 굴어도 나한테 개같이 굴면 밉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라고 말한다. 그 사람을 단호하게 처벌해야 우리가 사는 세상이 행복해진다.

    정기홍 (거제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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