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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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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그랜드 아트 투어’를 가다 (1) 독일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10년에 한 번, 전 세계 미술인의 ‘공공미술 성지’
1975년 현대조각가 헨리무어 작품 설치에 주민 반발
현대미술 실험정신과 도시가 교감하는 프로젝트 연구

  • 기사입력 : 2017-07-2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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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유럽에서는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고 꼽히는 3대 행사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격년 주기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5월 13일~11월 26일), 5년 주기 독일 카셀 도큐멘타(6월 10일~9월 17일), 10년 주기 독일 뮌스터 조각프로젝트(6월 10일~10월 1일)다. 경남도립미술관 김재환 학예연구사의 전시 관람기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세계 현대미술의 동향과 함께 도내 미술계에 시사하는 점을 살펴본다.

    10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전시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Skulptur Projekte) 이야기다. 고작 5회의 행사를 진행하고 반세기의 역사를 획득했다. 이 얼마나 대단하고 영리한 전략인가.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는 전 세계 미술인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인정받고 있다. 인구 26만 명에 불과한 이 작은 도시는 어떻게 전 세계 미술인들에게 공공미술의 성지로 불리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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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링크로 사용하던 체육관을 통째로 작품으로 만든 피에르 위그 作 ‘앞으로의 삶 이후’.



    뮌스터는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북부의 도시로, 1648년 30년 전쟁을 끝낸 베스트팔렌조약을 체결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중세의 사원과 교회 등이 가득한 뮌스터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도심의 90%가 파괴되었지만 꾸준한 복구 작업으로 현재는 베스트팔렌의 주요 대학이 밀집한 교육도시이자 행정도시로 자리 잡았다.

    이 도시에 1975년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현대조각의 대표 작가인 헨리 무어의 작품이 도심에 설치되는 것과 관련해 주민들이 반발했다. 괴상한 모양의 조각을 도심에 설치해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주민들은 눈에 익숙한 사물, 사람을 재현한 잘 만든 조각이 좋은 조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헨리 무어의 작품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구불구불한 추상적인 조각이었다. 현대미술의 난해함과 주민의 감성이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베스트팔렌미술관장이었던 클라우스 부스만과 세계적인 큐레이터 카스퍼 쾨니히는 주민들을 위한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와 감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현대미술의 실험정신과 뮌스터라는 도시가 어떻게 교감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그렇게 뮌스터 조각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카스퍼 쾨니히는 1977년부터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를 책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성은 도시의 장소성과 역사성이 공공미술과 접속하는 힘을 가지도록 해주었고 그 힘은 1997년 3회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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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세 에크만 作 ‘물 위에서’.



    욕심나는 벤치마킹의 대상인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를 대면한 첫 느낌은 솔직히 자괴감 또는 전의 상실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힘의 원천이 그 역사 자체에 있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건 도시 환경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펼쳐지는 뮌스터 시내는 반경 10㎞ 남짓인데 호수와 강이 함께하는 공원을 중심으로 적당한 규모의 대학 캠퍼스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중심가에는 뮌스터의 역사를 체감할 수 있는 건축물들이 즐비했다.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여행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되는 뮌스터는 지난 50년간 주민들의 호응을 얻은 공공미술 작품을 있는 듯 없는 듯 곳곳에 배치했다. 매회 10년이란 시간을 두고 프로젝트를 준비하지만 개별적 프로젝트로 성과를 내기보다는, 뮌스터라는 도시의 지속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기에 50년 역사의 뮌스터 조각프로젝트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양새다. 과연 창원에서 아니 한국에서 이러한 조건과 환경 그리고 마인드를 가진 공공미술프로젝트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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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스 올덴버스 作 ‘거대한 당구공’.



    부러움은 통시적인 역사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아이스링크로 사용하던 체육관을 통째로 작품으로 만들어 버린 피에르 위그의 ‘앞으로의 삶 이후(After a life Ahead)’는 작품이 줄 수 있는 직관적 감동은 물론이고 도시의 역사와 공공미술에 대한 행정의 과감한 지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한 작품에 1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갔다고 한다. 아이스링크의 바닥을 파내어 마치 문화 유적지의 발굴현장에 와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작품은 현재의 뮌스터를 과감히 드러내는 데 손색이 없다.

    그렇게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는 도시의 공시성과 통시성을 교차시키며 뮌스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공공미술을 통해 안정적으로 시각화하고 있었다.

    김재환(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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