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7일 (수)
전체메뉴

[촉석루] 양비론, 변화·혁신 가로막는 장애물 극복하자- 정영용(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회장)

  • 기사입력 : 2017-07-21 07:00:00
  •   
  • 메인이미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는 우리 인류의 역사가 다하는 날까지도 해결되지 않을 딜레마일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닭과 달걀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 밝히려는 시도는 의미 없는 결론에 도달하고서야 끝난다.

    우리 주위에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딜레마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찰과 시위대 간 과격시위와 과잉진압의 문제,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 팽창의 문제, 낮은 노동생산성과 저임금의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납품단가 문제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시위대에게는 과격시위가 경찰의 과잉대응을 불러오니 과격시위를 자제하라고 하고, 경찰에게는 과잉진압이 과격시위를 불러오니 과잉진압을 자제하라고 권한다. 결국 과격시위도 잘못됐고 과잉진압도 잘못됐으니 둘 다 그만하라는 것이다. 또 둘 다 나쁜 과격시위와 과잉진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기존의 법 집행을 엄격히 하거나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봐왔던 우리 사회에 매우 익숙한 문제 해결 과정, 양비론적 접근이다. 양비론은 중도적·객관적인 입장에서 양측을 모두 존중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모두를 부정한다. 찬성과 반대를 분명히 가리거나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게 만든다. 그 결과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상을 고착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닭도 중요하고 달걀도 중요하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닭과 달걀의 인과관계에만 빠져 어떠한 선택도 하지 않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일어난다.

    지금 우리는 18세기 말 현실과 거리가 먼 공리공론을 버리고, 객관적 사실에 대한 탐구를 통해 해답을 얻고자 했던 실학운동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토론해 인식을 확장하는 것, 옳고 그름을 정확히 판단해 올바른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 마지막으로 사회적 합의를 모두가 힘을 모아 반드시 이행하는 것, 그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영용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