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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오너 리스크’-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7-07-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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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기업인들의 추태, 이젠 별스럽지도 않다. 최근 한 제약업체 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무지막지스레 폭언을 일삼다 공분을 샀다. 그 제약회사는 매출 규모가 손꼽히는 유명 업체다. 회장의 안하무인에 중간에 그만둔 운전기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회장과 전속 운전기사, 고용관계에서 하늘과 땅만큼이나 멀다. 결코 대등할 수 없다. 약자인 운전기사들은 못 가지고, 못 배운 게 한이라며 모욕을 참고 견뎠을 것이다.

    ▼치킨업계 한 회장은 여직원을 성추행하려다 말썽이 났다. 나잇살이나 먹은 양반이 딸보다 어린 여직원을 쫓아다니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CCTV에 찍혔다. 한 피자 회장은 온갖 ‘갑질’로 구속됐다. 이름도 생소한 ‘치즈통행세’, 탈퇴 점주들에 대한 보복 출점, 자서전 강매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화가 난 소비자들이 이들 회사 제품을 사지 않으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오너의 잘못은 비난받고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오너 리스크로 애꿎은 가맹점주와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는 모양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수령에게 일렀다. 상인들에게 승냥이와 호랑이 짓을 하며 행패 부리는 자를 엄단하라고. 말질과 되질하는 권한을 조종하며 저울과 자로 농간을 부리는 사람을 예로 들었다. 정약용은 이런 사람은 잡아다가 큰 몽둥이로 살점이 떨어져 나가게 때리고 큰 칼을 목에 덮어씌워 혼이 쑥 빠지게 야단을 쳐야 한다고 적었다. 그래서 종신토록 감히 그런 짓을 못하게 하면 상인들이 길에서 노래하고 그 칭송이 사방에 넘칠 것이라고 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업계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겠단다. 오너 리스크를 줄이고 가맹본부 갑질을 뿌리 뽑기 위해서다. 우리 사회에 갑의 횡포는 비일비재하다. 정신적 상처와 물질적 손해를 입고 속울음을 삼키는 수많은 을들이 있다. 겸손과 미덕을 모르는 천박한 기업인에게는 살점이 떨어지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억울한 을의 손해를 배상할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골라 먹을 피자와 치킨가게는 얼마든지 많다.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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