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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음식일기 (2) 중국산 산토리 맥주

-처음 알게된 시원쌉쌀한 맥주의 맛

  • 기사입력 : 2017-07-25 10: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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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류쇼핑 컬렉션. 두 번째 사진이 가장 최근의 구입 목록


    맥주를 좋아한다. 이유는 많다. 탄산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의 시원함과 짜릿함을 좋아한다. 한모금 마신 후 캬~ 소리가 나게 만드는 청량감을 좋아한다. 마신 후 입안에서 적당히 감도는 쌉싸름함을 좋아한다. 기분좋게 취할 수 있는 적당한 도수를 좋아한다. 마트 주류코너 앞에서 즐거운 고민을 하게 만드는 다양함을 좋아한다. 계속 쓸 수 있지만 지루할 것 같으니 이정도로 해둔다.

    처음부터 맥주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수능 시험이 끝난 후, 공식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게 됐을 때 처음 마셔본 맥주는 정말 맛이 없었다.(아마 하이트 맥주였을 것이다) 이렇게 맛없는걸 왜 먹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차라리 소주가 낫다고 느껴졌다. 대학 입학 후에도 맥주는 거의 안먹었다. 술집에 가게 되면 주로 매화수나 청하 같은 걸 시켜서 홀짝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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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가을, 중국 상해로 어학연수를 갔다. 어학당 같은 반에서 만난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등 여러나라 친구들과 금세 친해졌다. 개강하고 며칠 후 저녁 때 기숙사에 모여서 놀기로 한 날, 친구들과 근처 마트에 가서 맥주와 안주를 잔뜩 샀다. 중국 마트 맥주 코너에 가장 흔했던 것이 산토리 맥주였다. 같이 갔던 일본 친구가 산토리는 원래 일본 브랜드인데 중국에 공장이 있어서 현지서 대량생산한다는 설명을 해줬다.

    기숙사에 돌아와서는 생각했다.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다같이 마시니까 조금만 먹자'. 그렇게 별다른 기대 없이 무심코 한모금 들이켰다. 웬걸, 너무 시원하고 맛있는게 아닌가. 산토리 맥주는 기억속에 남아있던 맥주 맛과는 확실히 달랐다. 맥주는 청량하고 상쾌한 맛이 났다. 텁텁하거나 쓰지 않았고 목넘김이 좋아 술술 넘어갔다. 앉은 자리서 2~3개쯤 내리 마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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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 입문 계기가 된 중국산 산토리 맥주.

    산토리 맥주. 나는 타국에서 처음 만난 이 새로운 친구에게 홀딱 반했다. 다음날 마트에 가서 들고올 수 있는 만큼 데리고 왔다.(한 캔에 한화로 600원 정도로 가격도 사랑스러웠다) 어느정도 친분이 쌓이자 친구는 나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했다. '나 완전 괜찮지? 다른 친구들도 한번 만나봐'. 나는 머지않아 마트에 있는 모든 종류의 맥주를 섭렵했다. 어느 저녁 숙소에서 맥주 한캔을 홀짝이며 나는 예감했다. 앞으로 이들과 절친이 되리라는 것을.

    2017년 여름, 창원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첫사랑 맥주'에 대한 기억을 회상한다. 그때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맥주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벌써 10년 정도 됐으니 상당히 단단해졌달까. 집 냉장고에는 항상 맥주를 채워둔다. 보통 각각 다른 종류로 7개쯤. 요즘같은 여름철엔 특히 친밀도가 높아진다.(일주일에 3~4번은 만나는 것 같다) 맥주가 떨어져 갈 때쯤에는 마트에 갈 생각만 해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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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 독일마을에서 사온 아잉거 맥주. 완전 맛있음.

    맥주는 언제나 맛있지만 직장인이 된 지금 그 맛은 예전 학생일 때와 미묘하게 다르다. 한 대학 선배가 이런 말을 했었다. '퇴근 후 마시는 맥주 맛을 알게 되면 어른이지'. 저녁 7시, 지친 몸을 끌고 집에 와 샤워로 묵은 때를 씻어내고 맥주를 딴다. '딸깍' 경쾌한 소리에 기분이 좋다. 한 모금을 들이키면 시원쌉쌀함이 목구멍을 타고 온 몸에 퍼진다.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를 녹여주는 '어른의 맛'이다. 이따금씩 버겁게 느껴지는 일상을 이 어른의 맛으로 견딘다. 그래서 오늘도 한캔, 오늘도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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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병을 모아뒀던 공병의 전당. 엄마에 의해 며칠 못가서 철거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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