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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문화는 어디에 있는가- 김한규(시인)

  • 기사입력 : 2017-07-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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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시원한 사무실이 아닌(물론 그렇다고 일까지 시원하다는 말은 아니다)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부하는 사람들은 집중이 어렵다. 그런데 일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막무가내로 견뎌야 한다. 생활이 문제다. ‘생명이 있는 동안 살아서 경험하고 활동’해야 하는 생활 때문에 견딜 수밖에 없다. 자연은 어떤 감정도 없는 냉혹이다. 사람은 살아야 하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저 먹고 일하는 것만으로 살기 싫어서 딴 짓도 한다. 이런 폭염에 사람들은 더위를 이기거나 피하기 위해서 다른 것을 하거나 찾는다. 영화제작자들은 여름을 특별한 수요가 생기는 계절로 판단한다. 볼거리를 즐기면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영화관은 최고다. 그래서 요즘 같은 폭염시기에 개봉하려고 미리부터 준비한다. 물론 연극도 있고 미술관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너무 더우니까 머리부터 식히고 싶어 한다.

    그리고 커피전문점이나 카페도 있다. 문화공간은 아니지만 큰 부담 없이 앉아서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무엇을 쓰거나 어떤 작업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도서관도 있다. 학교는 물론 마을도서관이 있다. 조금 이동하는 수고만 한다면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을 누릴 수 있다.

    단지 먹고 일하는 것 말고, 하려고 하면 다른 것을 보거나 느끼거나 직접 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도시의 이야기다. 내가 있는 곳은 시골이다. 시골에는 자연을 정복(?)한 공간이 거의 없다. 에어컨이 있는 집도 또한 거의 없다. 시골은 더운 채 그대로 있다. 뻔한 얘기지만 시골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다. 그래서 마을마다 경로당이 따로 있다. 어떤 자식들의 부모이기도 한 시골 사람들은 여름에 경로당에 간다. 에어컨이 있기 때문이다.

    시골에 영화관을 짓거나 커피전문점을 여는 것은 미친 짓이다. 전 세계를 먹어치우고 있는 자본이 시골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시골 사람들은 경로당에 모여앉아 같이 음식을 해먹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재미 삼아 화투를 치기도 한다. 그것이 전부다. 물론 때때로 농사인 작물이나 동물을 돌보거나 먹여야 한다. 오래전도 아니었던, 에어컨이 없었을 때는 그늘이나 더운 집에 그냥 앉아있어야 했다.

    문화는 어디에 있는가. 스크린에 있는가. 잘 지어진 육중한 미술관에 있는가. 텔레비전에 있는가. 시골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예외적인 존재, 잉여인간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지식인들은 지속가능한 어쩌구 하면서 펜 끝을 놀리고 있다. 농기구와 맨손과 가난과 소외가 지속가능한 것인가. ‘하다 안 되면 촌에나 가지 뭐’ 하는 말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시골은 무엇을 하다 안 되면 가는 곳이 돼버렸다.

    물론 도시든 농촌이든 자생으로 이뤄지는 문화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론으로 기록되는 문화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문화생활인가. 적어도 시골에는 도서관도, 운동하는 공간도,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공간도, 무엇을 배울 수 있는 곳도 없다. 그냥 버려진 곳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시골을 ‘전원’이라고도 한다. 이런 이율배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김한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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