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촉석루] 중소기업은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정영용(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회장)

  • 기사입력 : 2017-07-28 07:00:00
  •   
  • 메인이미지


    경제를 생태계에 비유하곤 한다.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경우 생태계는 스스로 자정과 복원기능을 발휘해 건강성을 유지해간다. 경제 시스템에서 건강성을 유지하는 자정과 복원기능은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나타난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 또는 산업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기업과 산업이 이를 대체한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서는 기업의 규모에 따라 구조조정이 다르게 일어난다. ‘대마불사’,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시장논리에서 벗어나 이뤄진다.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또 최근의 조선·해운업 위기의 본질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시장에 맡기지 않은 데 있다. 부실대기업의 구조조정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경제시스템이 붕괴 직전까지 가고 나서야 간신히 수습되곤 했다.

    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구조조정은 시장에서 상시적으로 이뤄져 왔다. 주위를 둘러보면 개업하고 몇 개월 만에 문 닫는 점포, 새로 개업하는 식당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은 시장 진입과 퇴출의 장벽이 거의 없고, 금융 접근성도 낮아,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 시장에서 생존하기가 불가능하다.

    일부에서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으로 연명하는 좀비 중소기업에 대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이야기이다. 좀비 중소기업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이미 시장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구조조정을 시장을 벗어나 더 강력하게 추진할 방법은 없다.

    우리 경제에서 중소기업은 사업체 수의 99%,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중소기업의 종사자수는 227만명 증가한 반면, 대기업은 28만명 증가에 그쳤다. 중소기업은 최근 5년간 고용증가분의 89%를 기여했다.

    중소기업은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의 경제적 위상과 기여에 걸맞은 ‘행정행위’를 해 달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바라는 것은 시장을 더 공정하게,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달라는 것뿐이다.

    정영용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