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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시에스타(Siesta)-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7-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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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상 변화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대변하는 사계절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여름과 겨울만 남아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봄과 가을의 정취도 사라지고 있다. 반면 여름에는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리고, 숨이 턱턱 막힐 만큼 실외 공기는 후덥지근하다. 이런 날, 아무리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도 몸과 정신이 따로 놀며 일의 효율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우리 선조들은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바지를 걷어 올리고 다리를 물에 담그는 ‘탁족’을 하거나, 요즘은 하기 힘들어졌지만 옷을 벗고 바람으로 목욕을 하는 풍욕(風浴)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연일 30도를 훌쩍 넘기는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요즘에는 기존 자연식으로 더위를 견디기는 어렵게 됐다. 오죽하면 영국에서는 한여름이면 밤하늘에 개 모양의 별이 나타나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엉뚱한 짓을 할지 모른다고 해서 ‘개의 계절’이라고 부를까.

    ▼라틴아메리카나 지중해 연안 등지에서는 낮잠을 자는 풍습이 있다. ‘시에스타(Siesta)’라 불리는 낮잠은 한낮에는 무더위 때문에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으므로 낮잠으로 원기를 회복해 저녁까지 일을 하자는 취지다. 한때 ‘게으름’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하면서 에스파냐에서는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관공서의 시에스타를 공식적으로 폐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30분가량의 짧은 낮잠은 오히려 원기를 회복해 업무 수행 능력과 집중력을 30~50% 향상시킨다고 한다.

    ▼낮잠에 대한 효과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상사나 주변 동료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직장인에게 낮잠은 남의 이야기다. 때문에 점심시간을 쪼개 발마사지를 받거나 수면을 취하며 힐링을 하는 ‘수면카페’가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사계절 가운데 녹음이 가장 짙은 때가 여름이다. 아마도 바람에 하늘거리는 짙푸른 나뭇잎을 보고 더위에 지친 마음을 달래보라는 조물주의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눈치 보지 말고 큰대자로 누워 낮잠을 청해보자.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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