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 (수)
전체메뉴

[살롱] 웨딩다이어리 (6) 예물·예단- 싸움의 근원

  • 기사입력 : 2017-08-02 15:18:00
  •   

  • 본격적으로 결혼이 논의되던 때 나는 곰대리에게 제안했다. 예물은 커플링만 하자고.

    꾸미는 데 재주가 없어 액세서리가 익숙지 않은 탓에 크게 고민도 안했거니와 얼마 전 유부녀 친구에게서 들은 경험담에 생각을 굳혔다.

    메인이미지

    "우리는 커플링에다가 다이아반지, 패션세트고 뭐고 있는 거 다 했는데 솔직히 쓸모 없드라. 다이아는 툭 튀어나온 게 불편하기도 하고 기스나면 어쩌나 걱정되서 못하겠고 패션세트는 그냥 평소에도 살 수 있는 거잖아."

    처음엔 자랑인가 하고 들었는데 그녀는 시종일관 정말 쓸모 없다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커플링만 하고 예물을 생략할까 한다"는 내 말에 그녀는 "그래, 귀걸이나 반지나 니가 사고 싶을 때 사면 되지. 굳이 꼭 지금 사란 법 있냐"며 거들었다.

    커플링만 하자는 나의 제안에 곰대리는 "그래도 되겠냐"고 되물었다. 자기가 하지 말자고 한 것도 아니면서 괜히 미안한 눈치였다.

    대뜸 "그럼 예단도 하지 말자"는 역제안을 해왔지만 그건 오빠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엄마는 항상 말했다. '내 생각이 모두 옳을 수 없고 남과 같을 수 없다'고. 내 생각을 강요해선 안된다는 의미였다. 근래 결혼문화는 당사자들의 의견이 중시되고 있다곤 하나 우리 마음대로 예물·예단을 생략해야 하네 마네 할 수는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우였지만 말이다.)

    곰대리 부모님은 "능력 되는 만큼만 하자"는 우리(곰대리와 나)의 소신을 적극 지지해주셨다.

    "형식적인 것들은 다 생략해도 된다. 우리는 생각하지 말고 남는 게 있다면 집에 보태렴."

    그렇게 양가는 예물과 예단을 생략했지만 부모님들은 못내 신경이 쓰이셨는지 곰대리와 나에게 선물을 주셨다.(우리 엄마는 곰대리에게 시계를, 어머님·아버님은 팔찌, 목걸이 등 장신구를.)

    메인이미지

    우리의 의지대로 생략했지만 사람 마음은 참 간사했다. 엄마가 곰대리 예복을 맞춰주겠다고 한 게 발단이었다.

    "오빠 나 원피스 하나만 사주면 안돼? 오빠도 예복 맞추잖아. 나는 드레스 빌리는 건데 그건 나도 같이 돈 내는 거잖아."

    싸늘했다. 나는 기억이 안 나는데 곰대리는 내가 무의식 중에 뭔가 갖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것 저것 다 하다보면 애초에 생략하자고 한 의미가 없어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맞는 말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치사하게 느껴졌다. 내 입이 댓 발 나오자 곰대리도 눈을 치켜떴다.

    사실 생각해보면 '생략'이라는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어쩌면 우리 집은 곰대리에게, 곰대리네는 내게 선물을 주면서부터 언젠가는 일어날 문제였다.

    장소도 장소였거니와(동네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결국은 풀어야 할 문제였다.

    서로의 감정을 솔직히 내보였다. 부끄러움도 불사하고 바닥까지 끄집어냈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했다. 둘 다 아직은 서운할 지 모른다. 오늘도 우리는 死이좋게(?) 결혼 준비를 한다.

    메인이미지


    ◆구체적으로 선을 정하자= 몇십년 넘게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의 생각이 완전히 같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연애는 환상이고 결혼은 현실'이라는 너무 멋 없다고 느껴졌던 결혼선배들의 조언이 맞아 떨어지는 걸 경험하게 되는 첫 순간이 오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요즘 스몰웨딩이 인기다. '격식은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우리의 결혼을 함께하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집 마당에서 결혼을 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우리처럼 예물·예단을 생략하는 스몰웨딩족도 적지 않다. 무턱대고 '간소화', '간단하게', '생략'이란 말을 내뱉을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정하자.

    환상에서 현실로 들어서는 지금 사소한 것도 싸움이 될 수 있다. '안 해도 되는데' 같은 어중간한 말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뭘 하고 뭘 안할 지 많은 대화를 통해 정하자. 생략하기로 했다면 어디까지 할 것인지도 미리 논의하자.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현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