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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메기효과- 김정민 경제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8-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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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기효과라는 이론이 있다.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 유럽 북해지역 어부들이 먼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청어)를 부두까지 싱싱한 상태로 운반하기 위해 수조에 메기를 넣었다는 일화에서 유례됐다. 수조에 천적인 메기가 들어오자 청어들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더욱 싱싱하게 살아 있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강한 경쟁자는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거나 전체 분위기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도 메기효과를 자주 인용했다. ‘좋은 환경보다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는 자신의 역사 이론을 설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맹자에 나오는 ‘생어우환 사어안락(生於憂患 死於安樂)-지금의 걱정과 근심이 오히려 나를 긴장시켜 살리게 만들고, 편안함과 즐거움이 오히려 나를 죽게 할 것이다’란 구절 역시 같은 맥락이다.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 은행업계에 ‘메기효과’를 톡톡히 가져오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오픈한 카카오뱅크는 출시 5일 만에 계좌 100만개를 돌파하고, 앱을 설치한 사용자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시중은행의 연간 비대면 계좌 개설수(15만5000건)보다 빠른 확장세다. 기존 시중은행 상품보다 금리가 1%p 정도 낮은 연 2.86% 금리의 마이너스 대출상품을 내놓으면서 ‘갈아타기’ 대출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복잡한 우대금리 조건 없이 2% 금리를 보장한 예·적금 상품을 내놓았고, 해외 송금 수수료는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내렸다. 편의점 ATM기에서도 수수료 없이 계좌이체를 할 수 있고, 자유로운 입출금 계좌에 금리 혜택도 있다. 무엇보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태생적 강점도 갖추고 있다. 연말에는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출범 취지에 맞게 금융시장 내 건전한 경쟁 촉진이 기대된다.

    김정민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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