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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신고리 5, 6호기 스웨덴식 결정은 어떤가?- 황선준(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 기사입력 : 2017-08-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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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 가부를 결정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4일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공론화위원회와 유사한 위원회제도를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잘 활용하는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 정부연구조사위원회는 4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제도로 정치적으로 중요 사안은 먼저 위원회를 설치해 연구·조사한다. 가장 전성기인 1970년대에는 매년 350~400개의 위원회가 설치돼 운용했다. 현재는 그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매년 약 150개의 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이 위원회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정치적 기구인 정부가 작기 때문이다. 교육 분야를 예로 들면 교육부장관을 포함해 교육부 소속 공무원이 약 200명인데 비해, 국가교육청을 위시한 교육부 산하 중앙행정기관들은 2000명을 훨씬 웃도는 전문가 집단이다. 또 정부의 규모가 작다 보니 정부가 각 분야별로 전문가를 충분히 고용할 수 없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외부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주로 대학과 중앙행정기관들의 전문가를 위원회에 참여시켜 전문성을 확보한다. 한 위원회에 적어도 10명이 참여한다면 매년 15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정부 고용 공무원이 아니면서 정부 일을 떠맡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스웨덴 정부연구조사위원회의 역할은 ‘합의에 도달하는 정치’라는 스웨덴 정치모델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부여받은 사안에 대해 위원회는 다각도로 심도 있게 연구·조사해 결론을 내리고 정부에 정책을 제안한다. 이로써 위원회의 역할은 마무리되고 다음 단계로 정부는 위원회의 결론과 정책제안을 각계각층에 보내 의견을 수렴한다. 이 두 과정을 토대로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결정하거나 정부 제안을 만들어 의회에 넘긴다. 위원회제도와 의견수렴제도는 스웨덴 정치 및 민주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독일이나 미국의 위원회제도 역시 전문가의 활용이나 의견수렴에 초점을 두는 것에는 스웨덴과 큰 차이가 없다. 공론화위원회를 스웨덴 위원회제도와 비교하면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첫째로 과업지시서가 없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여기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의 가부 결정이 나오면 수용한다고 했다. 반면 공론화위원회는 공사 중단 여론은 수렴하지만 찬반 결론은 내리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위원회가 결정해주기를 바라고 위원회는 가부결정이 본인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했다. 청와대와 공론화위원회 사이의 엇박자가 애초에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스웨덴처럼 공론화위원회의 임무와 역할 그리고 활동기간을 명시한 뚜렷한 ‘과업지시서’를 내렸어야 했다. 둘째로 공론화위원회에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라고 해서 모두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 분야별로 다양한 전문가들이 수집된 자료에 기초해 중단 또는 계속에 따른 문제들을 심도 있게 논의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위원회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 위원이 있으면 그 이유와 의견을 위원회 보고서에 첨부해 정부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 물론 위원회가 여론조사도 할 수 있다. 단지 여론조사에 초점을 둘 것이라면 굳이 공론화위원회가 필요한가? 셋째로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건설 중단 가부를 누가 최종 결정할지가 아직도 미지수다. 공론화위원회는 당연히 연구·조사와 숙의에 따른 결론을 내려야 한다. 물론 얼마만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반드시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내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의 역할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최종 결정을 내릴 법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한정된 기간만 활동함으로써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수도 없다. 중단이든 계속이든 결정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정부가 져야 한다.

    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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