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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워라밸- 강지현 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17-08-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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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 베이비붐 세대에게 좋은 직장의 기준은 ‘월급’이었다.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급했다.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회사에 충성했다. 장시간 근무는 성실함의 척도였다. 가족은 뒷전, 주말 출근에 야근도 밥 먹듯 했다. 수많은 일벌레들이 일에 파묻혀 살았다. 살기 위해 일하는지 일하기 위해 사는지 따질 겨를도 없었다.

    ▼세월이 흘렀고, 세상이 변했다. 요즘 청년들은 직장을 고를 때 ‘워라밸’을 본다. 워라밸은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다. 이들에게 연봉은 더 이상 직장 선택의 절대기준이 아니다. 개인시간은 월급만큼 중요해졌고, 가정은 일터 못지않게 소중해졌다. 이직의 조건도 워라밸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 지옥’에서 벗어나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워라밸이 좋은 직장으로 옮긴다. 이들에겐 소득이 줄어드는 것보다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의 워라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이다. OECD가 지난해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에서 한국의 ‘일과 삶의 균형’은 38개국 중 36위였다. 주당 평균 50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는 23.1%로 OECD 평균(13%)의 두 배에 가깝다. 그런가 하면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2015년 기준)은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다. OECD 평균 1766시간보다 347시간이나 많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워라밸을 지키려는 변화가 시작됐다. 육아휴직을 대폭 확대하고 안식월·안식년 등 파격휴가를 준다. 퇴근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가 하면, 퇴근 후 업무 관련 카톡은 금지한다. 이런 기업문화가 확산돼 ‘프로야근러’(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을 반복하는 직장인) ‘사축’(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 같은 자조적 신조어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길 바란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 전주 남부시장 2층 청년몰 계단에서 봤던 문구가 새삼 새롭다.

    강지현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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