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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KAI 수사는 도둑질하듯 은밀하게- 정오복(부국장대우·사천본부장)

  • 기사입력 : 2017-08-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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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은 사정의 중추기관이고, 수사 기관이다. 국가 정부기능의 일환이며,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의당 고려해야 한다.” 지난 2006년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비리 수사를 맡았던 당시 대검 채동욱 수사기획관의 발언은 상당한 비난을 초래했다. 가난한 국민들에게는 일말의 측은지심도 갖지 않으면서, 유독 재벌에게는 비굴한 모습마저 보인다는 비판이었다. 그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검찰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면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및 비자금 수사를 담당했던 이인규 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다른 소신을 피력했다. “(검찰) 수사와 경제, 수사와 정치, 수사와 국익…,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제 기본적인 생각은 각자 자기 할 일만 잘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수사하면서 경제 걱정하면 수사가 되겠습니까?”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14일 압수수색을 신호탄으로 시작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방산비리 수사 진행을 보면서 한국 검찰의 두 인물을 반추해 본다.

    재벌·기업 수사를 할 때는 목표를 정확히 겨냥해 포착하는 ‘핀 포인트식 수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벌·기업의 비리를 빌미로 한 정치수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번 KAI 수사는 한 기업이나 경영인 비리가 아닌 국내 방위산업 비리 척결이라는 점에서 경우가 다르다. 방산비리는 일반적인 기업 비리와는 수사 과정이나 파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환부만 도려내는 신속한 수사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기업인의 바람대로만 할 수 없는 문제이다. 환부만이 아닌 팔다리를, 어쩌면 몸통마저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검찰의 태도를 보면 우려가 앞선다. 전 정권과의 비리 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표적수사다, 정치보복이다’란 빌미를 제공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과거 정치수사에서 행해졌던 검찰의 수사내용 흘리기와 언론의 여과 없는(검증 못하는) 경마식 보도 행태가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피의사실공표죄’를 운운하고 싶지는 않다. 국민의 알권리를 주장하며 검찰과 감정대립도 마다하지 않았던 기자의 자존심은 지금도 변함없다. 다만 ‘조용히, 그러나 신속한’이란 검찰의 수사 원칙을 당부하고 싶다. 사천에 파견 나와 항공산업 추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다 보니 더욱 그렇다.

    정오복 (부국장대우·사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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