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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문 정부의 자치분권, 성공을 위한 여정에 덧붙여- 정재욱(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08-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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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시대’를 표방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벌써 석 달째를 맞고 있다. 이 기간 ‘그름을 버리고 바름을 세운다’는 국정 기조 하에서, 숨 가쁘게 많은 정책과 비전을 발표하여 왔다. 완결판적 성격을 지닌 것이 지난 7월 19일에 발표되었던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로 볼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의 정책기조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겠지만,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미래 비전을 담아내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란 이름으로 발표하였던 이 과제는 크게 5가지 영역으로 재구성되어 있으며, 각 영역마다 구체적 정책과제들이 담겨져 있다.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네 번째 영역의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에 포함되어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 소위 ‘지방자치·지방분권’이다. 지방자치의 실현 여부 및 그 방향에 대해서는 지방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익히 경험하여왔던 바이기에, 깊은 회한과 기대가 뒤섞인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자치분권 기본 방향은 다음과 같다.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적 지방자치, 재정 분권, 교육 자치, 세종시 등을 모델로 하는 자치분권모형 완성, 국가균형발전의 추진 등이다. 이 과제들은 매우 복잡하고도 어려운 것들이다. 또 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과제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1995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개선 방안을 둘러싸고 각종 논란은 있었지만, 의미 있는 결과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과거 정권들의 소득 없는 논란이 문 정부의 자치분권에 대한 강력한 개혁 동인으로 작용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중앙집권체제가 철옹성처럼 자리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지방자치 구현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서는 지난 경험을 통하여 알고 있다. 성공적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그 이름에 걸맞은 일(사무), 돈(재정, 재원), 사람(인력), 권한(자치권)이 주어져야 한다. 이번에 제시된 재정분권, 교육분권, 주민참여적 민주주의, 지역균형발전 등은 올바른 내용으로 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과제 속에는 갈등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수도권과 지방,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는 이들 과제에 대한 이해상충적 입장은 물론, 제로섬 게임처럼 이해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사무, 재정, 인력, 자치권이 제약된 지방자치는 가식적인 것이며, 지방의원과 자치단체장 등을 위한 위선적 지방자치일 것이다. 지금 한국의 지방자치는 이런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

    문 정부는 향후 자치분권개혁 과정에서 일, 돈, 사람, 권한 등의 배분을 둘러싼 갈등과 역사적 소명의식에 기초한 성찰 및 결단이란 양날의 칼끝 위에서 고뇌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결정과정에 의구심을 더하는 것이 최근 복지정책을 둘러싸고 언론에 비추어졌던 ‘큰 정부’에 대한 선호적 접근이다. 지방분권과 큰 정부적 접근 간에는 양립하기 쉽지 않은, 상당한 수준의 갈등 요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는 그 이름에 걸맞은 일을 추진할 권능을 가짐은 불문가지이다. 그러나 정부가 어떤 일을, 무슨 돈으로, 누구와 함께, 어떤 권한으로, 얼마만큼 가질 것인지가 결정된 이후에야 한국식 지방자치의 출발선이 비로소 정해진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의구심이 커지게 된다. 큰 정부를 통한 복지확대와 자치분권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대적 소명의식과 함께 국민적 공감에 기초한 솔로몬적 지혜가 요구될지 모른다. 지금 지방과 지방사람은 점점 고갈되어 가는 지역사회를 바라보면서, 최소한의 일과 돈과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갈 수 있을 그런 정도의 지방자치에 대해 매우 목말라하고 있다.

    정재욱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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